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 시가 있는 아침 2006.11.08
비 비 황 인 숙(1958~ )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여들고 싶게 하는. --------------------------------------------------- 1년전에 기공예배를 드리고 1년이 지난 지난주 토요일에 입당.. 시가 있는 아침 2006.10.21
[스크랩] 옛시조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 조 년) * 해설 : 배꽃에 비친 달빛은 더욱 희고 은하수가 기울어진 한밤중에 오직 한 가지에 핀 배꽃같이 곧고 순수한 심정을 두견새가 알까마는 다정도 병인지 잠을 이루지 못하겠구나. 이 작품.. 시가 있는 아침 2006.10.18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 채 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 시가 있는 아침 2006.10.12
개기월식 시가 있는 아침 개 기 월 식 안 현 미(1972~ ) 사내의 그림자 속에 여자는 서 있다 여자의 울음은 누군가의 고독을 적어 놓은 파피루스에 덧쓰는 밀서 같은 것이어서 그것이 울음인지 밀서인지 고독인지 피아졸라의 음악처럼 외로운 것인지 산사나무 꽃그늘처럼 슬픈 것인지 아무것도 아닌 것인지 그게 .. 시가 있는 아침 2006.10.10
내가 좋아하는 요리법 내가 좋아하는 요리법 헬렌 스타이너 라이스(1900~1981) 한 잔의 친절에 사랑을 부어 잘 섞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많은 인내를 첨가하고 기쁨과 감사와 격려를 넉넉하게 뿌립니다 그러면 1년 내내 포식할 '천사의 양식'이 됩니다. ---------------------------------------------------- 1년내내 포식할 양식이 쌓여있다.. 시가 있는 아침 2006.09.04
별 별 이병기(1981-1968)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西山)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 시가 있는 아침 2006.08.30
저녁녘 저 녁 녘 리 진(1930~ ) 저녁녘/ 갑자기 타오른 노을 구름발과 함께 걷히고 남빛 짙어가는 하늘에서 여기저기 / 한줌씩 깜빡이는 별 이웃집 외양간 왼쪽 초마가 괜히 더 검어 보인다 하였더니 이윽고 그 그늘에서 누르스름한 / 초생달이 뿔을 내미네 아 나는 몰랐었구나 이 세상 / 한 강의 기슭에서는 달이.. 시가 있는 아침 2006.08.28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저 쪽 강 은 교 (1945~ ) 허공에서 허공으로 달리며 그는 말했네 1천 광년이나 1억 광년 저쪽에서 보면 이 부르튼 지구도 아름다운 별이라고 아무도 감동하지 않았지만 나는 감동했네 - 뿌연 광대뼈와 흐린 눈의 우리도 뽀얀 살빛의 천사들처럼 저쪽에서 보면 아름다운 빛 속에 잠겨 있을 것이네 - 이 모오..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오래된 여행가방.. 중에서 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1967~ )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 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만에 돌아가셨다. 아이..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