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여디디아 2006. 10. 12. 15:59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 채 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그래,

일러바칠 엄마가 계시는데도

이미 일러바칠 나이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니 아니

먼곳에 계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사는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하시리란 이유만으로

일러바침으로 엄마가 속을 앓으실까봐

일러바치지 않은건 불효일까?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단 5분간 휴가를 나온다면

행여 한마디의 말도 하지 못한채 엉엉 울어버리지나 않을까.

목이 메이도록 엄마!라고 불러보고

허락한 5분을 죽도록 잡아두려고 욕심부리지 않을까.

 

'중 3학년 용성 모 사망, 내일 발인'.. 

이른아침에 부장집사님으로부터 보내온 메세지..

덥석 큰 키에 선한 웃음을 가득히 안고있는 용성이,

경현이가 전도한 용성인 경현이 보다 열심히 중등부에 적응하며 출석하는데..

아직은 어리기만 한 용성이를 두고

휴가를 기다리며 하늘나라로 가신 용성엄마..

 

어린 용성이의 선한 눈망울과

눈망울에 가득고일 눈물이 눈에 밟혀 왼종일 손끝이 까칠하다.

무엇으로 위로하며

어떤 낯으로 용성이를 대해야 할지..

엄마의 존재로 살아있음이 용성이 앞에서 미안할지도 모르겠다.

 

가을볕은 저리도 청명하고 고운데

어린자녀를 둔채로 긴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마음은 무슨 빛이며

남겨진 아들의 빗물진 마음은 누가 위로할 것인지....

(진옥이의 한마디!!)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6.10.21
[스크랩] 옛시조  (0) 2006.10.18
개기월식  (0) 2006.10.10
내가 좋아하는 요리법  (0) 2006.09.04
  (0) 200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