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서 시작되는 들머리 눈 감고도 올라가는 갈림길 여름이 아직도 남았으려니, 추석이 지났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여름이 좀 남았을 테고 가을은 아직 저만치서 기다릴 테고, 아직 초록은 지칠 줄 모르고 푸르뎅뎅하리라 여겼던 것은, 유난히 바쁜 날들이 나를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추석을 보내고 남편이 열흘쯤 감기로 헤롱헤롱 거려 속을 뒤집는가 싶다가 그 감기를 내게 떠넘기고는 훌쩍 일본으로 날아가고 혼자 남은 내게 일은 염치없이 시간 속에 묻혀서 쓰나미처럼 몰아쳤다. 동생부부를 불러내고 밤이고 새벽이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마음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의 영업에 지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어느 날은 추워서 이미 겨울인가 싶다가, 어느 날은 맞춤한 날씨가 가을인가 싶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