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천마산

여디디아 2020. 1. 30. 18:52

 

 

야영장

 

 

깔딱고개.. 계단이 놓였다

천마산스키장

바위를 타며 오르던 곳에 계단이 놓였다

 

 

 

정상에서 바라본 마석

 

인아가 고른 지유 옷

 

 

성희 생일 미리 축하

 

학생이 되시는 인아...

 

 

 

설...

며느리 때는 설설 기는 명절이었음이 분명하다.

하루종일 썰고 부치고 설겆이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모든 준비가 마친 후에 나타나는 동서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밥을 먹기가 바쁘게 작은며느리 힘들다고 한숨 자라던 시어머니가 더 힘들었다.

명절날 아침이면 제사상을 물리기도 전에 시누이들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삐삐를 치고 전화를 하던 시어머니는 

20년 동안 명절이라고 친정 한번 가지 못하는 며느리는 남의 집 식구가 당연한 일이었다.

(세현이가 원래 명절에는 외갓댁에 안가는 줄 알았단다).

동서는 5번이 명절이면 2번을 빠졌고, 5만원을 드리면 다음 명절이 될 때까지 자랑을 하시기도 했다.

매월 꼬박꼬박 생활비에 명절 음식값을 감당하는 큰아들 내외에겐 한번도 고맙다는 말씀을 않으셨다.

그래서일까.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단 한번도 아쉽거나 그립지 않은 것은...

정초부터 너무 까발리고 말았나??

 

직장생활에, 아기를 양육하느라 지친  며느리들에게 설설 기는 명절을 물려주고 싶진 않았다.

명절이라는 이유로 일에 시달리게 하는 것보다 모처럼 한자리에 앉아서 함께 도란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시대의 며느리에겐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싫었던 것은 그들에게도 싫은게 당연한 일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시어머니가 먼저 변해야함을 안다.

 

올해는 목요일부터 명절 준비를 했다.

한번에 무리하게 하지 않고 이틀에 걸쳐 서서히 준비해야 나도 여유가 있으니 좋다.

아이들이 오기 전,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올 아이들을 생각하며 샌드위치도 숫자대로 만들어 놓았다.     

 

지유네가 도착을 하고, 성희가 운전을 한다며 조금 늦을 것이라는 인아네도 도착을 했다.

아들보다 며느리가, 며느리 보다 손녀들이 우선이다.

낯을 가리던 지유가 할머니를 알아보고 작은 팔을 벌려서 안기는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기쁘다.

3월이면 입학을 하는 인아는 동생의 옷을 준비하고 작은엄마와 작은아빠를 반가워하며 안긴다.

나이만치 자라는 아이들, 

 

학생이 될만치 자란 인아가 지유를 보살피고 때로 귀찮아하기도 하고 때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지유를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다'고 하니 핏줄은 못 속이나 보다. 

"인아야 지유 말고 엄마한테 인아 동생 하나 낳으라고 해" 했더니

"그건 싫고 지유만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다"라니...

 

이번 설은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주현이가  슈페리어에 이직을 해 기쁘고 입학할 인아를 위해 세현이 부부가 따로 봉투를 준비해서 입학을 축하해줘서 기쁘다.

지유의 봄 옷을 준비해온 성희가 고맙고, 어려울텐데 부모님을 위하여 정성으로 준비한 봉투도 고맙다.

29일 생일인 성희를 위하여 세현이네가 맛있는 케잌을 준비하고 저녁식사에 생일파티를 했다.

말을 못하는 지유가 열심히 손뼉을 치며 큰엄마의 생신을 축하했다.

 

설날아침 예배인도는 내가 했다.

교회에서 준비한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란 말씀을 나누는데 내가 먼저 은혜가 된다.

젯상을 앞에 두고 절을 하던 집에서 이젠 찬송과 말씀으로 예배를 드리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바라건대, 이 자녀들이 훗날에도 믿음의 명문가정으로 잘 이끌어가기를 소망할 뿐이다.

 

대체공휴일 덕분에 휴가가 길었다.

월요일 아침, 함께 천마산엘 가자는 내 말에 고개를 흔드는 서방을 보며 혼자서 천마산을 강행했다.

겨울이라 춥다고, 일이 바쁘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등산을 가지 못한게 오래전 일이다.

천마산에 자주 가지 않아서 길을 더듬거리며 사람들을 쫓아가는데, 깔딱고개를 지나니 힘이 딸린다.

예전보다 길이 좋아지긴 했지만 오를수록 벅차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어제 저녁을 안먹어서일까? (저녁을 먹지 않으면 산행이 힘들다)

너무 오랜만에 산행을 하기 때문일까?' 

억지로, 어거지로, 간신히, 버팅기며, 오기로, 끈기로 정상에 도착하니 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서 있을 수가 없다.   

인증샷을 날린 후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하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깔딱고개를 내려오니 바람을 막아주는 산등성이가 있어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과 낙엽을 닮은 곶감을 먹으니 힘이 난다.

올라갈 때는 죽을 것 같았는데 내려오는 길은 수월하다.

 

마석황토방에 들러 마사지를 받고 집에 와 푹 쉼으로 명절을 보내고

화요일 아침 출근을 하는데,

 

아뿔싸!!

내 다리야~~가 나도 모르게 나오고 설설 기어다니게 되었으니...

이틀동안 설을 보낸 기념으로 설설 기어다닌 내 꼴이 하도 우스워서 기가 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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