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산길...

여디디아 2019. 3. 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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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생일이라고 똑같은 루즈를 선물한 준경...

 

 

 

 

 

 

3월 2일 토요일 준경이와 진옥길

 

 

 

 

 

 

 

 

 

 

 

 

 

 

 

세현이와 등산중에 쉬었다고 세현쉼터라 부른다.

좀 더 올라가면 준경쉼터가 있다.

 

 

 

3월 16일 마석에서 백봉산 가는 길

 

 

 

지난 성탄절 찬양연습 중에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겨우내내 운동을 못했다.

운동을 못한 티는 몸으로 나타나고,,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는 숨소리에도 나타난다.

일주일에 세번을 치던 탁구도 못 치고, 산에도 못가고..

의사선생님이 앞으로 산이나 탁구 대신 수영을 하라고 하는데, 수영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영장엘 들어가면 언제 한시간이 지날까, 시계만 쳐다보고 도무지 즐겁지가 않다.

옆에서 동생이 이런저런 달콤쌉싸름한 말로 유혹해도 대답은 노~~노!!

수영복도 동생을 주고 모자와 안경도 동생을 주고 아무것도 없다.

 

봄이 시작되니 엉덩이도 들썩거리고, 앞산과 뒷산을 보니 자꾸만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아서 살금살금 산행을 재개했다.

준경이와 산에 간지도 몇년이 지난 것 같아서 오랫만에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마중하러 가자며 둘이서 진옥길을 걸었다.

아산병원에서 임상영양사로 사명을 감당하는 모습을 보니 의사가 따로 없다.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하여 식사와 영양을 설명하기도 하고, 병원에서 하는 학회에서 발표를 하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한겨레에서 발행하는 책에도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은근히 샘도 많고 욕심도 많아 자신의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지만

한켠에서는 안쓰럽기도 하다.

잠을 줄이며 자신의 즐거움을 참으며 오직 임상영양사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하여 학회에 쫓아다니며 밤이 늦어 새벽이 오도록 공부하는 모습이 단단해 보이고 내게는 자랑거리이다.

 

오랫만에 준경이와 산행을 하며 우리는 인생을 이야기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내 젊은 날을 이야기하고, 내가 겪은 자질구레한 삶의 모습을 나누기도 하고

푸르고 푸른 청춘인 준경이의 젊음을 이야기하며 선배로서 가끔 조언도 해준다.

감사한 것은 이모의 말을 새겨들으며 참고해 준다는 사실이다.

딸이 없는 나는 은근히 '딸과의 시간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때론 엄마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에게 하고, 나 또한 동생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준경에게는 한다.

(제비꽃님 묻지는 말아주세요. 우리도 비밀이 있어요)

늘 어린줄만 알았더니 이젠 친구같기도 하고 동생같기도 하고 동료같기도 하고 때로 언니같기도 하다.

어쩌면 서로를 고집하지 않고 귀를 기울여 주기 때문이 아닐까.

준경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산행 후 올리앤에서 열심히 흘린 땀을 보충하기라도 하듯이 배를 채우고 하염없이 다음을 기약했다.

 

3월 16일

금요일에 비와 눈이 내렸지만 토요일은 맑음이다.

미세먼지니 그런거 신경쓰지 않고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마석에서 백봉으로 오르는 산행을 했다.

서울에선 비가 내렸다는데 산에 들어갈수록 함박눈이 쌓인 모습이 신이 난다.

올겨울엔 눈산행을 못했는데 봄이 오는 지금 눈꽃이 환한 산행을 하게 되다니 즐겁기만 하다.

오랫만에 올랐더니 그새 많이 변했다.

보호막이 쳐졌고 천막이 쳐져 있고, 이정표가 새초롬하게 눈을 맞고 있다.  

 

함박눈으로 덮힌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세현쉼터까지 왔다.

산길이 얼마나 오붓하고 정다운지...  내가 얼마나 좋아한 길이었는지.

내려오는 길에 벚꽃이 날리는 듯 하여 벚꽃엔딩이란 노래가 흥얼거려지는가 했더니 우박같은 얼음덩이가 툭툭 떨어지고

어느순간 봄비가 쪼르르 내리기도 한다.

이른 봄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려 쌓였던 눈이 꽃이 되기도 하고 우박이 되기도 하고 빗방울이 되어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

 

눈이 가득한 길을 걸어 오다보니 어느새 겨울은 꿈인양 지나가고

봄나무가 봄바람 속에서 나를 마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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