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평내에서 금곡

여디디아 2021. 10. 28. 10:44

산행 입구

 

큰아들이 사준 가을배낭
잠실 롯데타워가 보인다

 

일주일에 두 번은 백봉산 줄기를 더듬는다.

지난주는 비가 내리고, 날이 추워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갔다.

함께 가는 이들이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혼자 나섰다.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이르게 시작한 산행,

조붓한 오솔길은 먼지가 없어 함초롬한 가을국화 같은 분위기이고, 밤이며 도토리도 거짓말인 듯이 자취를 감추어 길이 오롯이 길의 역할을 감당했다.

입구를 들어서니 분위기가 다르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놀랍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풀리면 다시 여름 같은 따뜻한 날이 오리라 여겼는데 이미 가을의 중심에 서 있다니...

나무마다 노란색과 볼긋한 색이 스며 새색시 얼굴처럼 곱다.

노란 단풍을 보니 불현듯 어릴 적 먹었던 호박지짐이가 생각나고 엄마가 생각난다.

명절이나 제삿날이 되면 부치 개를 만들며 젯밥에 마음 뺏기지 말라고 늙은 호박을 채 썰어 가족들의 배를 채운 후 제상에 올릴 여러 가지 전을 만들었던 엄마와 전을 뒤집던 올케언니들, 놋그릇을 닦던 작은엄마와 들락거리던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늙은 호박으로 부쳤던 지짐이가 정말 맛있었는데...  

 

철탑까지 다녀오리라 출발했는데 고운 단풍에 마음이 뺏겨 '엣다 모르겠다'하는 마음으로 금곡까지 걸었다.

단풍 나뭇잎을 바라보니 차갑게 얼어붙었던 내 마음도 단풍잎 따라 고운 물이 스민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훅~ 들어온다.

 

하늘은 높고도 푸르고 오늘 아침 공기는 미세먼지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잠실의 롯데타워를 바라보며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서울구경도 해본다.

 

혼자만의 산행은 나를 돌아보게 해서 좋다.

아무거나 생각하고, 마음 가는 데로 걸어보고, 앉고 싶은 곳에 앉을 수 있어 좋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마음껏 느끼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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