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천마산

여디디아 2020. 10. 8. 11:14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들머리
2야영장 (여기까지가 가장 힘들다..)

 

 

 

정상에서 나부끼는 태극기

 

정상에 명품 소나무가 있다.

 

썬그리가 없으면 한장도 찍을 수 없는 나이가 되고야 말았다!!

 

 

아이들과 행복한 추석을 보내고 나니 서방이 여유롭게 낚시를 가고 싶다고 벼른지라 보내버렸다(?).

혼자서 내리 사흘을 보낸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행복하고 평안하다.

하룻쯤은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구정에 올랐던 천마산을 오르기로 했다.

천마산을 다녀와 설설 기던 생각이 나서 깔딱고개까지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나선 길,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천마산 주차장에 들어서니 입구까지 차가 꽉꽉 채워졌다.

'이번 추석은 모두 천마산에서 모이기로 했나?'

 

주차장 들머리에서 2 야영장까지 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

임도이지만 자갈이 깔려 미끄러질까 조심스럽고, 보이지 않는 오르막이라 산길 보다 더 힘이 든다.

무엇보다 힘들지 않아 보이는 길이라 더 힘들다. ㅎㅎ

야영장을 지나 깔딱고개를 들어서니 오히려 임도보다 편안하다.

 

깔딱 고개에 올라서니 먼저 온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커피를 마시고 사과를 깨물고 웃는 얼굴로 가을을 맞이하고 가을 속으로 스며든다.

아무렇지 않은 다리를 끌고 목적지를 바꾸어 정상으로 향한다.

천마산은 백봉산과는 많이 다르다.

820미터의 높이, 돌과 바위와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을 자주 다녀도 힘이 든다.

 

북적거리던 사람들이 정상으로 가까울수록 수가 줄어든다.

명절 후 가족끼리 산책을 하는 모습이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앞서 간 아빠가 기다려주고 뒤쳐진 엄마를 끌어주는 아들, 그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에 담는 딸의 모습도 예쁘다.

연인들이 손을 잡고 오르는 모습도 좋고, 남편은 정상으로 향하고 아내는 깔딱 고개에서 기다리기로 하는 모습도 참 좋다.

친구들끼리 가뿐 숨을 몰아쉬며 경쟁이라도 하듯이 내달리는 청년들의 모습이 또한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산악회에서 온 팀들이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줄을 서는 장사진을 바라보며 정상샷은 양보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송편을 나누고 과일을 나누고 주먹밥을 풀어헤치는 사람들 숲에 앉을자리가 적당하지 않아 깔딱 고개까지 고구마와 커피와 약식을 넣은 채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을 보니 '내가 이 길을 올라간 것이 맞나' 싶을만치 험한 난코스이다.

 

깔딱고개에서 자리를 차지하던 사람들이 물러난 바위에 앉아 가져온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나는 씩씩하고, 가을은 가을볕과 속삭이고, 정상에선 소주잔이 부딪친다.

 

주차장에서 출발을 하는데 창문으로 맑은 가을빗방울이 툭툭 그어진다.

 

'여호와 이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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