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황 인 숙(1958~ )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여들고 싶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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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에 기공예배를 드리고
1년이 지난 지난주 토요일에 입당예배를 드린 평내교회 본돤건축..
장엄하다.
근사하다.
멋지다.
아름답다.
은행창구처럼 만들어진 교회사무실,
그 안에 열심히 사역하며 수고하시는 교역자실,
그옆에 상큼하게 다듬어져 담당권사님이 주야로 손질하며 섬기는 새가족부실,
그옆에 나란히 서있는 두개의 샤워실,
맞은편에 깔끔하고 넓적한 찬양대실,
찬양대실 옆에 넓은 독서실인 꿈둥지..
이층에 본관이 있고 중2층에 나란히 좌석이 배열되고
투명한 유리창안 모자실에서 엄마들과 아가들이 예배에 동참하고..
아,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1층 로비에 쉼터이자 카페인 곳..
동그란 탁자앞에 원목의 의자들이 다소곳이 놓인 곳..
어항들이 즐비하고 난(蘭) 화분들이 앞을 가리며 맨다리를 숨기는 곳..
그보다 더 내마음을 끄는 곳은 넓은 마당이다.
주차공간을 피해서 곳곳에 벤취가 놓여있고
빨간 보도블럭이 자잘히 놓여있는 곳..
처음 그곳을 볼 때 나는 맨처음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맨종아리로, 맨발로,
찰박 찰박거리며 비를 맞고 걷고픈 거..
우산을 들고 종아리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맞으며
맨발로 뛰어다니는 꼬마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예배실로 향하고 싶었다.
그런 나를 향해 고영순집사님은 참으로 특이한 집사님이라 웃었는데..
그 웃음마져 빗물을 닮아 있었으니...
내일은 가을 비가 내린다고 한다.
목타는 가을가뭄을 녹여줄 충분한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내일 빨간 보도블럭을 걸으며
맨발과 맨종아리로 가을 비를 맞는다면
난 감기로 고생할테지?
그래, 나이도 있으니 맨종아리와 맨발은 내년 여름으로 좀 미루어두자.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