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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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는 시간은 몇 초, 몇 분,
몇 시간, 며칠이었을까?
그렇게 스민 내가 당신 의식속에서 잊혀진건
얼마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번의 눈 깜박임일까?
긴긴 세월 묵은 때처럼 껴앉았을까.
오래전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 오는 그때에
당신 마음 한귀퉁이에 아주 작은 자리를 내어 놓으라던 나의 요구가
긴긴 시간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 다른 이를 채우지 말라던 나의 욕심이
오롯이 나만의 공간으로 영원토록 남겨두라던
나의 헛된 오만함을
당신이 잊어주기를..
지금쯤
상처도 없이 흔적도 없이
머물렀단 기억마저 희미한채로 이미 다른 이로 가득하기를..
행여
나에 대한 기억이 있으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나의 환한 웃음으로,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방긋한 모습으로 추억되기를..
골고루 쳐다볼 수 없이 지난 순간일지라도
잊혀지는건 영영이라는
마지막 한 구절을 붙잡고픈건
아직도 살아있는 나의 욕심이겠지요?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