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들길과 관절염

여디디아 2007. 7. 20. 11:55

 

들길과 관절염

 

박  철(1960~      )

 

 

언젠가

관절염이 걸리고

관절염이 깊어지면 걷기도 힘들 것이라 믿어

시시때때로

들길을 걸었다

 

 

이제

관절염에 걸리고 무릎이 아프다

다시 시시때때로

관절염 치료를 위해 나는 들길을 걷는다

 

 

그러니

나는 평생 관절염과 함께 지내온 셈이다

들길을 걸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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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홀릭(walk holic)

먹는 것, 입는 것만 유행인줄 알았는데

운동도 유행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한다.

 

들길을 걷는 것,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들길을 걷기 시작한 지 서너달,

어쩔수 없는 나이는 나보다 젊은 여자들이

늦게 시작하고 앞서 나아가는 배드민턴 실력을 보며

이리저리 뛰어도 숨가빠하지 않고

낮부터 밤까지 하루종일을 뛰어도 지치지 않는 그네들을 보며

2게임으로 이미 힘이 풀어진 나를 보는 순간,

認定할 수 밖에 없었을 때..

허무와 쌉싸름한 아픔이 종아리를 훑어내렸다.

기어코 이기리라는 승부욕을,

내 젊음만은 평생토록 영원하리라던 나의 기고만장함을

젊은 그네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꼬리내렸다.

 

사월의 목련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부터 들길을 걸었고

오월의 빗살같은 햇살이 쏟아지는 들길을 걸었고

유월의 찔레가 향기를 내뿜는 날에도 들길을 걸었고

장대비가 내리는 칠월의 장맛비속에서도

멈춤을 잊은채로 들길을 걷는 나는 이미 워크 홀릭이다.

 

젊음이라는 황홀한 단어를 조금씩 밀어내며

밀어낸 만치 관절염이 떡하니 찾아들까봐 땡볕이 내리쬐는 오늘도

나는 씩씩하게 들길을 걷는다.

 

웃자란 잡초들과 이야기하며

날마다 피어나는 들풀과 눈을 마주쳐 달콤한 웃음도 흘러보내며

단내를 풍기는 흙냄새를 맡으며

나는 들길을 걷는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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