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에서..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뒷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안도현(1961~ ) -3월과 4월사이- 눈 덮인 2..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무 화 과 이은봉(1953~ )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손가락만큼 파랗게 밀어 올리는 메추리알만큼 동글동글 밀어 올리는 혼신의 사랑... 사람들 몇몇, 입 속에서 녹아 약이 될 수 있다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생(生) 바람불어 흔들리지도 못하는 ------------------------------------------------..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율포의 기억 - 중에서 문정희(1947~ )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소금기 많은 푸른 물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뿌리뽑혀 밀려나간 후 꿈틀거리는 검은 뻘밭 때문이었다 뻘밭에 위험을 무릅쓰고 퍼덕거리는 것들 숨쉬고 사는 것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먹이를 건지..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오후.. 농 담 - 이 문 재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 몸詩 - 새가 되는 길...중에서 정 진 규(1939~ ) - 생 략 - 나는 십 년이 넘게 도봉산 화계사 절 밑 마을에서 살고 있다 새들과 말하고 싶지만 나는 십 년이 넘게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성자 거지 프란체스카가 새들과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 죽어서, 죽어서 살아! 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 밥이 쓰다 - 중에서 정끝별(1964~ ) 파나마A형 독감에 걸려 먹는 밥이 쓰다 변해가는 애인을 생각하며 먹는 밥이 쓰고 늘어가는 빚 걱정을 하며 먹는 밥이 쓰다 밥이 쓰다 달아도 시원찮을 이 나이에 벌써 밥이 쓰다 돈을 쓰고 머리를 쓰고 손을 쓰고 말을 쓰고 수를 쓰고 몸을 쓰고 힘을 쓰고 억지를 쓰..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 조공례 할머니의 찢긴 윗입술 곽재구(1954~ ) 진도 지산면 인지리 사는 조공례 할머니는 소리에 미쳐 젊은 날 남편 수발 서운케 했더니만 어느 날은 영영 소리를 못하게 하겠노라 큰 돌멩이 두 개로 윗입술을 남편 손수 짓찧어 놓았는디 그날 흘린 피가 꼭 매화꽃잎처럼 송이송이 서럽고 고왔는디 정이..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식 사 법 김 경 미(1959~ )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 중 략 -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거 마저 다 낭비..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 '쉬'--- 부분에서 문 인 수(1945~ )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누리장나무 잎사귀에는 낯선 길이 있다 송수권(1940~ ) 봄날,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오면 낯선 길이 하나 있다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붙어 사는 민달팽이 한 마리 누리장나무 잎사귀 뒤에 제 몸 숨길 줄 알고 잎사귀 위에 올라와 젖은 몸 말릴 줄 안다 붉은 말똥가리 새끼 저 하늘에 떠도는 동안 꽃피는 그..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