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의 저녁 봄비의 저녁 박 주 택(1959~ ) 저 저무는 저녁을 보라 머뭇거림도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를 마음에 풀어놓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봄비에 얼굴을 닦는다. 저 저무는 저녁 밖에는 돌아가는 새들로 문들이 덜컹거리고 시간도 빛날 수 있다는 것에 비들도 자지러지게 운다, 모든 약이 처방에 불과할 때 우리.. 시가 있는 아침 2008.03.26
들길 들 길 나 태 주 네가 들에 난 풀포기 콩포기 돔부꽃 되어 나를 기다리다 못해 시들어 간다면 어쩌리 그 외로움을 어쩌리 싶어서 나는 오늘도 들길에 나섰다, 들길을 간다. --------------------------------------------------------------------------------------------- 고향, 긴 연휴를 맞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느라 바쁘다. 타향.. 시가 있는 아침 2008.02.05
검은머리 동백 검은머리 동백 송 찬 호(1959~ ) 누가 검은머리 동백을 아시는지요 머리 우에 앉은뱅이 박새를 얹고 다니는 동백 말이지요 동백은 한번도 나무에 오르지 않았다지요 거친 땅을 돌아다니며, 떨어져 뒹구는 노래가 되지 못한 새들을 그 자리에 올려놓는 거지요 이따금 파도가 밀려와 붉게 붉게 그를때리고.. 시가 있는 아침 2008.01.08
리필 주현이와 세현이가 부모님의 결혼을 축하하며 케�과 넥타이 핀을 선물했다. 리 필 이 상 국(1946~ )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 시가 있는 아침 2007.12.15
아침 박치우 집사의 3남 박찬진 군 아 침 정 현 종(1939~ )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아침, 풋기운이라는 말을 슬몃 내뱉으니 이 겨울아침 입에.. 시가 있는 아침 2007.12.04
가을 엽서 가 을 엽 서 - 안 도 현 -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시가 있는 아침 2007.11.23
첫 눈 첫눈이 내린 다음날, 화광사의 계단과 소나무, 첫 눈에 찍힌 내 발자욱^^* 첫 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 - 정 호 승 - 첫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은 너와 처음 만났던 도서관 숲길이다 아니다 네가 처음으로 무거운 내 가방을 들어주었던 버스 종점이다 아니다 버스 종점 부근에 서 있던 플라타너스 가지.. 시가 있는 아침 2007.11.20
기억 기 억 문정희(1947~ ) 한 사람이 떠났는데 서울이 텅 비었다 일시에 세상이 흐린화면으로 바뀌었다 네가 남긴 것은 어떤 시간에도 녹지 않는 마법의 기억 오늘 그 불꽃으로 내 몸을 태운다 ------------------------------------------------------ 그게 언제, 어느 때의 일이지? 누군가를 보내고 눈앞의 사물이 흐린화면.. 시가 있는 아침 2007.11.07
들길과 관절염 들길과 관절염 박 철(1960~ ) 언젠가 관절염이 걸리고 관절염이 깊어지면 걷기도 힘들 것이라 믿어 시시때때로 들길을 걸었다 이제 관절염에 걸리고 무릎이 아프다 다시 시시때때로 관절염 치료를 위해 나는 들길을 걷는다 그러니 나는 평생 관절염과 함께 지내온 셈이다 들길을 걸어온 셈이다. ----------.. 시가 있는 아침 2007.07.20
땅의 아들 땅의 아들 고 재 종(1959~ ) 아버지는 죽어서도 쟁기질 하리 죽어서도 살점 같은 땅을 갈아 모를 내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물 걱정 하리 죽어서도 가물에 타는 벼 한 포기에 애타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낫질을 하리 죽어서도 나락깍지 무게에 오져 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밥을 지으리 죽어서도 피 묻은 .. 시가 있는 아침 200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