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 21세기 임명장 - 중에서 최영철(1956~ ) 100년 동안 너의 복무를 허락한다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 중 략 - 너무 치닫지 말기 바란다 너무 자신만만하지 말기 바란다 더 이상 길을 내고 다리를 올리지 말기 바란다 길의 끝 다리 뻗은 자리 수렁에 닿지 않기 바란다 이미 쌓은 모래성 아슬한 낭떠러지가 되..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3분 동안 - 중에서 최정례(1955 ~ ) 3분 동안 못할 일이 뭐야 기습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지 그런데 이봐 먼지 낀 베란다에 널린 양말들, 바지와 잠바들 접힌 채 말라가는 수치와 망각들 뭐하는 거야 저것 봐 날아가는 돌 겨드랑이에서 ..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무늬들은 빈집에서 이 진 명(1955~ ) 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 빈집에는 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듯했다 무늬들이다 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 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 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 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 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 중에서 안도현(1961~ ) 한 며칠 집을 비워두었더니 멧세들이 툇마루에 군데군데 똥을 싸 놓았다 보랏빛이엇다 겨울 밤, 처마 아래 전깃줄로 날아들어 눈을 붙이다가 떠났다는 흔적이었다 숙박계가 있었더라면 이름이라도 적어놓고 갔을 걸 나는 이름도 낯도 모르는 새들이 갈겨놓..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폭 포 고 은(1933~ ) 폭포 앞에서 나는 폭포소리를 잊어먹었다 하 폭포소리 복판에서 나는 폭포를 잊어먹었다 하 언제 내가 이토록 열심히 혼자인 적이 있었더냐 오늘 폭포 앞에서 몇십년 만에 나 혼자였다 하 ------------------------------------- 거품같은 물줄기가 쉼없이 쉼없이, 끝간데 없이 흘러내리던 작은..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의 자 - 중에서 이 정 록 (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중 략 -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기억은 끈끈이 주걱 한 명 희(1965~ ) 기억은 단단하다 손발을 옹송거린 호두껍질처럼 쉽게 무르지 않는다 끊어내려고 해도 이빨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억은 싱싱하다 물을 뿌리면 되살아 나는 배춧잎처럼 기억은 싱싱하다 뒤적여도 뒤적여도 숨이 죽지 않았다 기억은 튼튼하다 튼튼한 신발을 신고 뒤따..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줄 탁 김 지 하(1941~ ) 저녁 몸속에 새파란 별이 뜬다 회음부에 뜬다 가슴 복판에 배꼽에 뇌 속에서도 뜬다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 자란다 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사랑이여 탄생의 미묘한 때를 알려다오 껍질 깨고 나가리 박차고 나가 우주가 되리 부활하리 ---------------------------------- ..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이 경 림(1947~ )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내 사랑이네 저 후박나무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그 흔들림 너머 딱딱한 담벼락이 내 사랑이네 온갖 사유의 빛깔은 잎사귀 같아 빛나면서 어둑한 세계 안에 있네 바람은 가볍게 한 생의 책장을 넘기지만 가이없어라 저 읽히지 않는 이파리들 ..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몸의 신비, 혹은 사랑 - 중에서 최 승 호(1954~ )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 중 략 - 벌어진 손의 상.. 시가 있는 아침 200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