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이 른 봄 김 광 규(1941~ ) 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 다리 가느다란 여중생이 유진상가 의복 수선 코너에서 엉덩이에 짝 달라붙게 청바지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무릎이 나올 듯 말 듯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달란다 그렇다 몸이다 마음은 혼자 싹트지 못한다 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해마다 변함없이 .. 시가 있는 아침 2006.03.02
주인여자.. 주인여자- 청산옥에서 2 윤 제 림(1959~ ) 상에 오른 비름나물이 아무래도 심상찮았습니다. 맛이 간 것입니다. 엊그제 도착한 염천(炎天)이란 놈이 내 먹을 음식까지 휘저어 놓은 것입니다. 쥔 여자를 불러 따졌습니다. 조금 전 손님까지 말없이 먹고 갔는데 무슨 소리냐며 되레 역정입니다. 가는 맛을 어.. 시가 있는 아침 2006.02.24
슬픈 국 슬 픈 국 김 영 승(1959~ )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 하겠다. 고깃국은.... 봄이다. 고깃국이. --------------------------------------------------- 신문을 펼치고 한 편의 詩를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읽는 아침이면 난 행.. 시가 있는 아침 2006.02.22
14K 14 K 이 시 영 (1949~ )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 누워 계셨습니다.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여동생 말에 의하면 어머님은 그후로 그것을 단 하.. 시가 있는 아침 2006.01.20
신생아 2 신 생 아 2 김 기 택(1957~ ) 아기를 안았던 팔에서 아직도 아기 냄새가 난다 아가미들이 숨 쉬던 바닷물 냄새 두 손 가득 양수 냄새가 난다 하루종일 그 비린내로 어지럽고 시끄러운 머리를 씻는다 내 머리는 자궁이 된다 아기가 들어와 종일 헤엄치며 논다 --------------------------------------------------- 아기를 .. 시가 있는 아침 2006.01.16
가는 길 가 는 길 허 형만(1945~ )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실성했다 해도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해도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내가 가는 길 훤히 트이어 잘 보이므로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엔 늘 웃는 일들만이 있기를 바랩니다. 가정에도, 직장.. 시가 있는 아침 2006.01.02
사랑이 가득한 시 십 계 박 두 진(1916~1998)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떠내려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무너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뒤돌아보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눈물 흘리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너를 잃어버리지 말아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불을 질러라. 네가 가진 너의.. 시가 있는 아침 2005.12.29
눈사람 부모님 눈사람 부모님 날마다 자식들이 보고 싶어 한숨 쉬는 어머니 그리움을 표현 못 해 헛기침만 하는 아버지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하얀 눈사람으로 서 계시네요 아무 조건 없이 지순한 사랑 때로 자식들에게 상처 입어도 괜찮다 괜찮다 오히려 감싸안으며 하늘을 보시네요 우리의 첫사랑인 어머니 .. 시가 있는 아침 2005.12.28
모든 것 모든 것 - 나해철(1956~ ) 추억한다 모든 것을 입술을 입술이 했던 모든 것을 추억한다 손을 손이 했던 모든 것을 추억한다 모든 것을 시간을 시간이 했던 모든 것을 ------------------------------------------ 누군가의 가슴을 도려냈던 일, 누군가의 마음에 피를 흘리게 했던 일, 정의롭지 못하게 사용했던 손, 공.. 시가 있는 아침 2005.12.28
아픈 이들을 위하여 송년 기도시 아픈 이들을 위하여 이 해 인 몸 마음이 아파서 외롭고 우울한 이들 위해 오늘은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고통을 더는 일에 필요한 힘과 도움이 되지 못하는 미안함 부끄러움 면목없음 안타까움 그대로 안고 기도합니다. 정작 위로가 필요할 땐 곁에 없고 문병을 가서는 헛말만 많이 해 서.. 시가 있는 아침 200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