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생 아 2
김 기 택(1957~ )
아기를 안았던 팔에서
아직도 아기 냄새가 난다
아가미들이 숨 쉬던 바닷물 냄새
두 손 가득 양수 냄새가 난다
하루종일 그 비린내로
어지럽고 시끄러운 머리를 씻는다
내 머리는 자궁이 된다
아기가 들어와 종일 헤엄치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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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았던 팔,
퇴근시간이 되기가 바쁘게 뛰어오던 남편은
내 팔에서 아기를 받아안고 보름달같은 웃음을 웃곤 했다.
하루종일 시달린 사람과 일들을
멀리 던진채로 아기의 웃음이,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전부였기에..
21년전 이맘때,
보름달같이 둥글던 배를 움켜안으며
해산의 고통을 덜기 위해 하릴없이 장위시장으로
석관시장으로 언니들의 찬거리를 도맡아가며
뒤뚱거리며 다니던 일들..
달력속에 든 2월1일이란 숫자를 기다리며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신비롭게 바라보던 날들,
예정일을 열흘이나 넘긴채로 태어난 아가의 모습은
양수에 젖은채로 쭈글쭈글한 모습이었고..
양수에 젖었던 아가는
오늘도 황소같은 소리로 '엄마'라고 전화를 했었다.
'그냥.. 잘 있다고, 잘 지낸다고..'
동네를 누비며 보건소에서 나온 여자들이
아기를 낳지 말라고 말리던 그때였는데
저출산의 시대에 아기를 낳으라고 난리다.
아기를 바라보니
능력만 있음 다시 하나쯤 낳고도 싶다.
아무래도 내가 늙었나 보다.
아기를 안았던 팔에서 아기 냄새가 나질 않으니...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