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K
이 시 영 (1949~ )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 누워 계셨습니다.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여동생 말에 의하면 어머님은 그후로 그것을 단 하루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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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인은 효도한 거 아닐까?
바람부는 1972년 2월의 졸업식장에서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나와
상장과 14K 반지를 받았을 때,
겨울바람속에서 어머닌 겨울비 같은 눈물을 훔치며
장하고 장한 아들을 보고 또 보았을테니.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어디선가 숨쉴 아들을 생각하며 흐뭇해 하셨을 어머닌
행복했으리라.
며칠전 소천하신 67세의 권사님의 빈소에서
가누지 못한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바라보는 성도들은
이상타는 듯한 눈길을 보냈는데..
어쩌면 나는 14K 반지보다 은가락지 하나
끼워드리지 못한 다 닳은 내 어머님의 손가락을 기억했을까.
다 닳은 손가락위에
다 닳은 금반지가 뭉텅하게 끼워진 우리엄마의 손,
한시도 빼놓은 것이 아니라 내 눈이 닿을 때마다
반지를 쓰다듬고 쓰다듬는 엄마는
반지를 끼워드린 오빠를 생각하며
오빠의 몸뚱이인듯 그렇게 쓸어 내리시리라.
오빠가 해드린 반지가 있기에
나까지 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가
겨울바람을 핑계로 내게 스몄음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인정하는 겨울아침이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