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 픈 국
김 영 승(1959~ )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 하겠다.
고깃국은....
봄이다. 고깃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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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펼치고 한 편의 詩를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읽는 아침이면
난 행복하다.
그런데 오늘은 행복하지 않다.
벌거벗은 채로 저울위에 오르면
저울위의 눈금들이 왜 그렇게 두서없이
떠밀리듯이 움직이며 높아지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맑은 무우국이든,
된장을 풀어헤진 시금치 국이든
노란 콩나물 대가리가 동동 떠 있는 콩나물 국이든
그 어느때건 국을 앞에 두고 슬퍼본 적이 없었으니.
후루룩 마시고
꾸역꾸역 밀어넣고..
슬픔을 느끼기 전에 배고픔이 우선이어서
채우고 채워도 허기진 뱃속에다
끼니때마다 국물하나 남김없이
먹어치웠으니...
이제부터 국을 보며 슬픈 생각을 하자.
그러면 배고픔 위로 동정심이 유발하여
커다란 내 위장을 조금 오므리게 할지도 모르잖은가.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