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사랑이 가득한 시

여디디아 2005. 12. 29. 12:37

 

 

 

십    계

 

 

박 두 진(1916~1998)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떠내려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무너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뒤돌아보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눈물 흘리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너를 잃어버리지 말아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불을 질러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칼을 갈아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심장을 푸득여라.

 

 

이에는 이로 갚고 사랑 포기하라.

 

눈에는 눈으로 갚고 사랑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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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 이 자리에서

떠내려가지말고, 무너지지 말고

눈물 흘리지 말고, 잃어버리지 말고..

 

내 속에 든 불을 지르고, 칼을 갈고,

심장을 푸득이고..

 

그리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

 

그 후에 남는 건 무엇일까.

 

떠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내 젊은 날의 꿈들이 돌아올까.

무너지지 않고 곧추서 있다면

잃어버린 시간들이 다시 내게로 올까.

눈물 흘리지 않고 견고하게 서 있음

저 세상에 계신 아버지가 다시 오실까.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날마다 나를 확인하며 살아간다면

힘들고 외로워서 살 수가 있을까.

 

사랑을 포기하고

원수를 원수로 갚는다면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체념하는거 아닐까.

 

겨울햇빛이 빗살무늬로 나를 지키고

상큼하게 차가운 공기가 들숨과 날숨을 시간속에서 

나를 지탱시키는데

내가 어찌 사랑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을 포기하기엔

날마다의 삶들이 너무 감사하지 않은가.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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