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하여 송년 기도시 친구를 위하여 이 해 인 올 한해도 친구가 제 곁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잘 있지? 별일 없지? 평범하지만 진심 어린 안부를 물어오는 오래된 친구 그의 웃음과 눈물 속에 늘 함께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 그의 .. 시가 있는 아침 2005.12.26
낙 엽 사랑이 가득한 시 낙 엽 유 치 환(1908~1967)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 서러워라. 서러워라. 추억을 추억하는 더께의 나이, 형형색색의 이쁜 추억을 만들기엔 쌓인 눈의 무게만치 많아진 숫자, 곱게 쟁여놓은 추억이 곰팡이처럼 눅눅하게 번진 불혹의 때를 넘.. 시가 있는 아침 2005.12.23
농담 사랑이 가득한 시 농 담 이 문 재(1959~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 시가 있는 아침 2005.12.21
사람의 일.. 사람의 일 천 양 희(1942~ )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 시가 있는 아침 2005.12.20
살얼음이 반짝인다 살얼음이 반짝인다 - 첫 추위 장 석 남 (1965~ )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얼음이 반짝인다 빈 논바닥에서 마른 냇가에 개밥 그릇 아래 개 발자국 아래 왕관보다도 시보다도 살얼음이 반짝인다 ----------------------------------------------- 낮은 곳에서 반짝이는 살얼음, 겨울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살얼음이.. 시가 있는 아침 2005.11.30
비워내기 비 워 내 기 정 진 규(1939~ ) 우리집 김장날 내가 맡은 일은 항아리를 비워내는 일이었다 열 동이씩이나 물을 길었다 말끔히 말끔히 가셔내었다 손이 시렸다 어디서나 내가 하는 일이란 비워내는 일이었다 채우는 일은 다른 분이 하셔도 좋았다 잘하는 짓이라고 신께서 칭찬하셨다 요즘 생각으론 집이.. 시가 있는 아침 2005.11.17
소나무에 대한 예배 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 지 우 (1952~ )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시가 있는 아침 2005.10.31
깊 은 물 깊 은 물 도 종 환(1954~ )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 시가 있는 아침 2005.10.28
등 불 등 불 오 세 영(1942 ~ ) 주렁 주렁 열린 감, 가을 오자 나무들 일제히 등불을 켜 들었다. 제 갈 길 환히 밝히려 어떤 것은 높은 가지 끝에서 어떤 것은 또 낮은 줄기 밑동에서 저마다 치켜든 붉고 푸른 사과 등, 밝고 노란 오렌지 등, ................... 보아라 나무들도 밤의 먼 여행을 떠나는 낙엽들을 위해선.. 시가 있는 아침 2005.10.17
아내의 맨발 아내의 맨발 3 - 갑골문 송 수 권(1940~ )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보였다. 언제 깨어날지.. 시가 있는 아침 200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