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시
농 담
이 문 재(1959~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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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눈이 내릴거란 예보..
늦은 귀가로 지하주차장을 내려가니
내일 내릴 눈보다 더 많은 자동차들이 빼꼼하여
건빵같은 마티즈 한대 다리 뻗을 곳이 없다.
돌고 돌아 하룻밤 지새울 공간을 찾다가 끝내
미아가 된채로 나만 내렸다.
ㄱ자로 꺾어지고
ㄴ자로 달아나오고
다시 ㄷ자로 돌아야 하는 주차장의 긴긴 입구를
돌아나올 능력이 내게 없으므로...
아침,
밤새 겨울밤을 지낸 녹색의 마티즈위에
고슬고슬 빻아 내려놓은 듯한
떡가루같은 흰눈이 쌓였다.
툭툭 털어내는 손길위로 백일맞은 아가의 백설기가 보이고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의 송편이 보인다.
수북히 쌓인 눈을 겨울해가 지도록 치워야 하는
군대간 주현이의 얼굴도 잊은채로
달려야 할 경춘국도가 보이고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을 어그적거리며
다시 돌아올 어둠을 두려워하는 나..
이미, 사랑 따윈 잊어버렸나.
북한강의 물줄기를 눈으로 더듬으며
세균이 득실거리는 자판기의 커피를 습관처럼 넘기며
강물속에 떠있는 호명산을 내려다보며
봄의 진달래와 여름의 아카시아와
가을날의 코스모스와 겨울의 장미를 보며..
나도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으니..
아직은 사랑 따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음이...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