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깊 은 물

여디디아 2005. 10. 28. 11:19

 

 

 

 

깊  은   물

 

 

도 종 환(1954~      )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

난 물이 참 무섭다.

초록의 물결이 굽이굽이 돌아가던 충주댐의 물결도

하얀 거품을 입에 문채로 방향없이 쓸려가던

제주의 푸른 물결도

잔잔한 바람속에서 봄과 여름을 담고

가을과 겨울을 떠나보내는 의암댐의 차랑거리는 물결도

거침없는 파도에 몸을 맡긴채로 밀려왔다 다시 돌아서던

관성해수욕장의 모래밭앞에 서 있던

바다물결도..

바다를 지키며 바람을 지키던 바윗돌까지도..

그저 무섭기만 하다.

 

가을볕이 찬서리를 데려오는 비개인 아침,

나뭇잎 하나 띄우지 못하는

얕은 내 마음이 더 무섭다.

(진옥이의 한마디!!)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워내기  (0) 2005.11.17
소나무에 대한 예배  (0) 2005.10.31
등 불  (0) 2005.10.17
아내의 맨발  (0) 2005.09.13
남 편  (0) 200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