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남 편

여디디아 2005. 9. 12. 09:55

남  편

 

 

문정희(1947~         )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어느 날엔

'어이 김씨!!',

또 어느 날엔

'이봐 김가..'

기분이 좋은 때는

'오빠'

그리고 평소엔

'자기야'

..........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사람,

피곤한 나를 위해 라면도 끓이고 빨래도 하고,

벗어놓은 스타킹을 조물거리는 남자,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너무 심했나...ㅋㅋ

 

슬쩍 블로그에 들어오면 그럴테지.

'이진옥, 철 들었네.

알았으니 이제부터 잘해..'라고..

 

'이보슈, 김인호씨..

이건 전시용이야요'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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