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 지 우 (1952~ )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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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자세로 산책하는 산책..
하얀 눈을 가득하게 뒤집어쓴 소나무에게 예배하는 그것.
한 사람을 향한 용서,
용서..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용서하기 위해서는
용서하려는 마음의 결단이 필요할 터인데..
난 결단을 하지 못한다.
아니다.
이미 결단을 하고 선을 그었다.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기로'...
그리고나니 편안하다.
시간이 흘러줌도 편안하고
이름붙여진 날들이 내앞에 찾아와도 편안하고..
편안한가 돌아보니 육신이다.
멀쩡한 손과 발,
든든한 다리..
움직이지 않고 보내는 명절이라는 이름과
숱한 이름표가 붙여진 날들에 육신이 편안했다.
주일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님앞에서,
화사한 오월의 이름붙여진 날들앞에서,
잊혀질만하면 나타나는 신문지의 한 부분에서
시각따라 움직이는 인터넷의 뉴스란에서..
난 불편하다.
용서하기로 결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나뭇가지가 휘어지는 소나무앞에서
나도 예배를 해볼까.
그 마음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늦가을속으로 들어서는 나는
시월의 마지막 날에 다시 날을 벼르고 있음을...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