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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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6. 8. 1. 14:39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이 경 림(1947~ )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내 사랑이네
저 후박나무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그 흔들림 너머 딱딱한 담벼락이 내 사랑이네
온갖 사유의 빛깔은 잎사귀 같아
빛나면서 어둑한 세계 안에 있네

바람은 가볍게 한 생의 책장을 넘기지만
가이없어라 저 읽히지 않는 이파리들
그 난해한 이파리가 내 사랑이네
사이사이 어둠을 끼우고 아주 잠깐
거기 있는 나무가 내 사랑이네

흔들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저 후박나무!
넙적한 이파리가 내 사랑이네
그 넙적한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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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나무같기도 하고, 목련꽃이 떨어진
꽃진자리의 끄트머리 같기도 하고...
커다란 이파리를 머리에 이고 비를 피하는 아이들,
칠월의 뙤약볕을 피해 머리를 가리우는 아이들,
후덕한 인심으로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후박나무,
후박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는 도톰한 열매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열매들의 뒹굼...

후박나무위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본 적이 있다.
시간이 나를 재촉하고, 기다리는 가족들이 나를 재촉하고 있었지만
후박나무 이파리를 비켜가며 대각선의 모양으로 꽂히던 빗줄기,
우두둑 우두둑 소리를 흔들며 내리던 비를 바라보며
그때 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에 젖은 신호등이 감전될까봐...
우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에 대책없이 내가 울어버릴까봐,
어딘가로 떠나고픈 나를 붙들고 있지는 않았을까?

모처럼 비를 피한채 뜨거운 햇살이 여지없이 쏟아지는 오늘,
후박나무 사이로, 커다란 이파리 사이로
여름바람이 홀린듯이 유영하며 한낮의 더위를 즐기리라.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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