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여디디아 2006. 8. 1. 14:39
가 구 - 중에서

도종환(1954~ )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 있다 장롱이 그러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가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 중 략 -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아내의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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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던 윤식이 엄마,
한번 놓인 가구는 이사를 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은채
붙박힘하는 나,
움직이지 않는 장롱처럼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답답함과
일어나 선듯한 거리로 나서고픈 장롱의 마음을 아는가?
단 한번의 비틀거림도, 단 한번의 자리이동도 하지 못한채
가끔 전쟁도 견디고, 가끔 서러움도 견디고
가끔 잔치의 즐거움도 견디고,
환희에 가득한 기쁨도 견디는 우직한 장롱의 모습,
습관처럼 그 자리에 머문다고 생각하지 말자.
뛰쳐나갈 수 없어 머무는 장롱과 화장대와
아이들 방의 옷장과 책장과...
주방에 놓여진 식탁에 이르기까지...
장롱앞에서, 화장대앞에서,
옷장앞에서, 책장앞에서,
도란한 식탁의 즐거움 앞에서도
숱하게 일탈을 꿈꾸는 마음은 ... 정녕코 바람이련가??
나만이 일탈을 꿈꾸는 것은 아닐테지?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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