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음 악

여디디아 2006. 7. 28. 14:45

 

 

 

 

음     악

 

 

 

이 성 복(1952~   )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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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랑와랑 소리로 내리는 비

녹색 마티즈를 북북 그으며 대각선으로 내리꽂히는 비와 눈맞춤하며 

가만가만 입술을 들어

얼굴없는 입술에

마른 입술을 포개어본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음악이 되고 노래가 된다.

이 순간 숱하게 많은 입술이

하나로 포개지고

빗줄기가 하나이듯이 음악이 하나가 되는 순간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어딘가로 찾아들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비와 음악속에 묻힌채로

흔적없이 사라지고픈 얄궂은 유혹 

 

가시처럼 박히는 노래가사를 들으며

여기쯤에서 정지했으면 싶은 고요와

빗소리와 함께 내게로 달려오는 적요와

음악속에 흐르는 알 수 없는 흐느적거림..

 

비가 그치기 전에 일어서야 하는데

어딘가에 숨었을 내 삶을 찾아 떠나야 하는데..

 

마음은 몸을 붙들고

몸은 유약한 마음에 붙들려

고깃덩이 처럼 무거워진 육신을 어쩌지 못하고

마른 입술만 자꾸 달싹거려 보는 날들..

 

이 비가 그치고나면

참나리꽃이 얼굴을 들리라.

 

참나리꽃이 피면

삼복더위가 시작된다는데

빨간 나리꽃 같은 빨간햇볕이 나를 반기리라.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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