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악
이 성 복(1952~ )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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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랑와랑 소리로 내리는 비
녹색 마티즈를 북북 그으며 대각선으로 내리꽂히는 비와 눈맞춤하며
가만가만 입술을 들어
얼굴없는 입술에
마른 입술을 포개어본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음악이 되고 노래가 된다.
이 순간 숱하게 많은 입술이
하나로 포개지고
빗줄기가 하나이듯이 음악이 하나가 되는 순간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어딘가로 찾아들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비와 음악속에 묻힌채로
흔적없이 사라지고픈 얄궂은 유혹
가시처럼 박히는 노래가사를 들으며
여기쯤에서 정지했으면 싶은 고요와
빗소리와 함께 내게로 달려오는 적요와
음악속에 흐르는 알 수 없는 흐느적거림..
비가 그치기 전에 일어서야 하는데
어딘가에 숨었을 내 삶을 찾아 떠나야 하는데..
마음은 몸을 붙들고
몸은 유약한 마음에 붙들려
고깃덩이 처럼 무거워진 육신을 어쩌지 못하고
마른 입술만 자꾸 달싹거려 보는 날들..
이 비가 그치고나면
참나리꽃이 얼굴을 들리라.
참나리꽃이 피면
삼복더위가 시작된다는데
빨간 나리꽃 같은 빨간햇볕이 나를 반기리라.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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