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세상살이 20 - 겸손과 오만

여디디아 2006. 7. 4. 10:32

 

 

 

 

세상살이 20 -겸손과 오만  

 

 

김 초 혜(1943~   )

 

 

 

언제나

남보다 앞서기를 좋아하고

계획한 일은 초과 달성해야 하고

완벽한 집념을 가진

까다로운 성미는

마침내

허리를 휘게 해

편한 걸음을 포기하게 했습니다

한 달만 치료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고

조금치도 염려 말라는

지압사는

내 자만심이

허리를 휘게 한 것도 모르고

기를 넣어서 바로잡으면

힘있게 걸을 수 있다고

쉬이 약속합니다.

 

-------------------------------------------

흐흐흐

누구보고 하는 소린가.

거뜬한 아침 대신에 천근의 무게로 나를 깨우는 빗소리,

마음은 열살 소녀의 나폴거리는 팔랑개비 치마처럼 팔랑이는데

비둔한 몸은 그런 나를 비웃고 있으니.

 

남보다 앞서기를 좋아했고

계획한 일보다 훨~씬 초과 달성하고자 욕심했고

완벽하고자 고집하던 쓸데없는 모습들...

 

종의 모습에서

상전의 위치로 바꿔앉고 싶었던 부질없는 욕심이었을까.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리라. 

 

꺾어진 허리를 일으킬 때면

눈치빠른 손이 어느새 등허리를  툭툭 치고

어깨위에 얹힌 보이지 않는 무게가

땅속 깊은 곳으로 밀어넣고 있을 때..

 

통증의 순간이 멈추길 기다리며

다시 일으킨 허리로

털어낸 어깨로

초과 달성을 위해 몸부림치는 내가 안쓰러운 아침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ㅉㅉㅉ

 

(진옥이의 한마디!!)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막말  (0) 2006.07.21
서울 사는 친구에게  (0) 2006.07.08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0) 2006.06.26
[스크랩] 동화같은 편지지  (0) 2006.06.26
몸 詩 66 - 병원에서  (0) 200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