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詩 66 - 병원에서
정 진 규(1939~ )
몸이 놀랬다
내가 그를 하인으로 부린 탓이다
새경도 주지 않았다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제 끼에 밥 먹고
제때에 잠자고
제때에 일어났다
몸이 눈떴다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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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슬님이 그랬다.
마흔이 되면 몸이 말을 한다고..
마흔을 먼저 맞은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몸이 말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봄날오후처럼 나른한 다리가 말하는 소리,
단단하게 뭉쳐진 어깨의 힘,
맑음이라곤 찾을 수 없고
썩어가는 동태의 눈알처럼 희부연 눈,
비가 내리면 다리가 아프고 팔이 아프고
먼먼 옛날에 엄마가 하시던
'삭신이 쑤신다'의 뜻을 알게되고
엄마와 같은 모습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힘들게 이불을 걷어올리며
이해못하는 아들들의 말끄럼한 얼굴을 바라보며
'삭신이 쑤신다'를 연발할 때..
흐린 기억같은 두통이
느슨한 고무줄처럼 헐거운 의식이
눈꺼풀마저 걷어올리기 싫은 게으름이..
탱탱하던 다리가 노곤노곤하고
푸르던 팔들이 통증으로 아픔을 몰아올 때
해산후의 통증같이 허리가 묵직할 때
몸이 말을 하는 소리를 알았어야 했다.
주일을 지나고 월요일이면
전화받을 소리마저 허락치 않을 때
오랜일과를 마치고 다시 새날을 맞았을 때
꺼이꺼이 울리던 목소리를 느꼈을 때,
향 좋은 커피를 마신 후
안전한 알토 대신 하이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을 때..
누군가를 도마위에 얹어놓은채
난도질을 하며 흥분하던 그때,
친구의 말을 듣기보다는
내 말이 앞질러 친구를 가로막았을 때
그 때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어야 했었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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