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사과꽃 길에서 나는 우네..

여디디아 2006. 5. 30. 14:59

 

 

 

사과꽃 길에서 나는 우네

 

 

고 재 종(1957~     )

 

 

 

사과꽃 환한 길을

 

찰랑찰랑 너 걸어간 뒤에

 

 

 

길이란 길은 모두

 

그곳으로 열며 지나간뒤에

 

 

 

그 향기 스친 가지마다

 

주렁주렁 거리는 네 얼굴

 

 

 

이윽고 볼따구니 볼따구니

 

하도나 빨개지어선

 

 

 

내 발목 삔 오랜 그리움은

 

청천(靑天)의 시간까지를 밝히리

 

 

 

길이란 길은 모두

 

바람이 붐비며 설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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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봄꽃들이 난분분히 피어나고

이미 부지런한 봄꽃들이 스러져 가던 어느오후,

 

감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갖가지의 과실수를 심은 울타리에

삐적한 장미넝쿨을 죽~~ 심었다.

 

멈칫멈칫, 주춤거리며 입을 열던 장미꽃이

지나는 오월의 봄길을 빨갛게 만들었다.

연분홍의 장미넝쿨이 한포기,

검은 빛이 도는 장미넝쿨이 두포기,

빨간 장미사이에서 마치 혼혈아처럼

낯설게 섞여 피었다.

 

길이란 길은 모두가 선거유세를 위해 존재한다.

종일토록 들려오는 스피커의 노랫소리,

귀청이 떨어져나갈 만큼의 가락과 음은 들리는데

단 한마디의 가사도 전달되지 않는

빨간 장미꽃길에 울리는 붉은 울음..

 

삼거리, 사거리마다 세워진 과일을 팔던 트럭들,

어느한번 눈길도 주지않던 트럭옆구리에

대들보만한 사진을 내걸고 자신을

내보이는 그들은 누구인가.

 

추위속에서 사과봉지를 내민적 없고

여름장맛비에 수박 한통 사본적이 없을 것 같은 그들,

이제사 비틀거리는 트럭옆구리에서

머슴이고자 진정 머슴이고자 원한다는 

흔한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 누구일까.

 

골목마다 서럽도록 아름다운 빨간장미가

지나는 계절의 여왕을 아쉬워하며 흐드러지고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알 수 없는 노랫가락은

운명의 날인 내일을 지치도록 두드리는데..

 

길이란 길은 모두

빨간장미로 불을 밝히는 장미의 계절이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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