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젊은 사랑 - 아들에게

여디디아 2006. 5. 11. 10:03

78×71 2kb78×71 2kb

 

 

 

젊은 사랑 - 아들에게

 

 

문  정  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분 살고 계시나 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나는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탕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

 

그랬다.

크라운제과에서 나오는 새콤달콤 하나에

아들과 나 사이에 있는 우주가 녹아든 적이 있었다.

엉덩이가 퍼렇게 멍이 들어도

마징가젯 로봇하나에

피멍 대신 웃음꽃이 봄꽃처럼 피어났고

플라스틱 선더칼 하나에

앙금진 분노들이 봄꽃들의 스러짐처럼 쓰러졌었다.

 

20일간의 병가를 마치고

몇시간후 양구로 떠나는 아들을 두고

어젯밤 나의 기도는 여전히 눈물이었음은

아들과 나 사이에 계신 어느 신 한분을 기댐만이

최선이기 때문일까.

 

에덴에서부터 시작된 긴긴 강 줄기가

아들과 내게로 흐르고 흘러

커다란 바위도, 견고한 둑도

막을 수 없는 물줄기가 내게서 흘러 네게로 닿아

웃음이 되고 

때론 눈물이 되는

간절한 기도로

질기게 질기게 이어지는 것을..

 

감사하리라.

어느 신 한분이 계셔서

너와 나를 질긴 삼줄보다 견고히 묶어줌으로

아들이게 하는 것을

엄마이게 하는 것을..

 

새콤달콤이 아닌 

마징가 젯이나 선더칼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이미 닿음으로

연록의 봄동산처럼

오월의 교만한 햇살처럼

빗살무늬로 우리마음으로 퍼져

아들을 위해

엄마를 위해

두 손 모으며 神을 부르는...

 

사랑이여...

(진옥이의 한마디!!)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꽃 길에서 나는 우네..  (0) 2006.05.30
소쩍새  (0) 2006.05.24
수묵정원 9 -번짐-  (0) 2006.04.26
오 늘  (0) 2006.04.14
  (0) 200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