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여디디아 2006. 4. 6. 15:52

 

 

 

 

 


 

이 성 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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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창문을 열고 담배꽁초 하나만 버려도 화르르 불이 타오를 덤불속에서,

서걱거리는 갈대의 몸 부딪힘 속에서도

마른가지위로 지나는 차가운 겨울바람속에서

하얗게 덮힌 눈이 온 세상을 침묵속으로 내몰았을 때에도

단 한번도 기다림의 끈을 놓아본적이 없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고

기다림을 잃었을 때에도 봄은 온다는 말은 그래서 틀린다.

 

무춤한 겨울의 밍기적거림속으로

얼굴을 내밀기 위해 고개를 빼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여린 새싹들..

주춤주춤거리던 봄이 더디게 더디게 내게로 왔다.

 

졸린듯이 부시시 눈을 뜬 노란 개나리를 만났고

여봐란 듯이 도도한 목련이 입을 비죽이고 하늘을 향해 고갤쳐들고

추위에 웅크린 진달래가 어설프게 고개를 내미는 날들..

 

그래,

오래도록 참으며, 오래도록 사모하며

오래도록 곁에 붙들어매고픈 봄이 왔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사랑을 하고 이른새벽같은 출발을 하자.

              (진옥이의 한마디!!)
 

이른새벽같은 출발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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