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늘
구 상(1919~2004)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이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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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시 눈을 뜬 아침은 늘 새롭다.
17층에서 보이는 벌거벗은 산에
파릇한 봄기운이 약속처럼 퍼져나가고
마른 나뭇가지 위에 흰 눈 같은
낯선 봄꽃이 주렁주렁 열렸다.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의 부딪힘이지만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마음..
모든 것이 새롭다.
영원에서 이어져 오는 길들이 아니라
지금부터 영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날마다 낯설고 날마다 새로운 오늘,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는 축복의 선물이리라.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기 위해
봄빛속으로 다가드는 욕심을 비워내야 하겠고
마음을 비우기 위하여
채우려는 탐심을 비우는 연습을 하는 오늘을 살아야겠다.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는..
심령이 가난하여 천국을 품을 수 있는
聖 금요일, 고난의 주님을 소망하는 오늘,
나의 이 바래움이,
봄볕속에 졸음으로 잦아들지 않고
영원으로 이어지는
정결함이기를 기도하리라.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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