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봄
정 완 영(1919~ )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 내면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낸다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빛도 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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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한 봄날의 아침에, 때론 한낮의 때에,
긴 장대를 받쳐둔 빨랫줄에 참새들이 나란히 앉아 있던 모습,
참새의 옆자리에 흰 옥양목의 아버지 바지저고리와
각각의 식구 수대로 각각의 색을 가진 나일론 양말들,
봄바람에 펄럭이는 빨랫줄옆에서
벼른 도끼를 쳐들며 장작을 패던 오빠의 모습,
장작의 부스러기가 튀어 머무는 곳에 발그레 피었던 살구꽃,
빨래가 꼬들거리며 말라가는 소리도
툭툭 터지는 오빠의 도끼소리도
톡톡 몸을 터트리며 꽃을 피우던 살구꽃망울의 소리도
작은 키를 낮추며 바삐 오가던 엄마의 발소리도
전혀 두렵지 않게 앉아있던 참새들의 느긋함.
참새들이 하늘빛을 닦고 구름을 닦고
공기중에 들섞인 미세한 먼지조차 닦음으로
살구꽃은 아가의 볼처럼 발갛게 피었고
아버지의 바지저고리는 눈부시게 희었고
각색의 양말들은 봄볕에 눈부셨던가.
어제는 회사를 돌아가며 나무를 심었다.
복숭아, 자두, 감, 대추, 매실, 살구, 앵두..
틈틈에 빨간 줄장미 덩쿨까지..
고고하고 도도한 목련 한그루쯤 섞여있길 바랬는데..
뭐니뭐니해도 초봄을 느끼기엔
흰 목련이 먼저 떠오르는 까닭으로..
심어진 나무위로 잎이 나부끼고
그 잎새에 몸을 부리며 쉬었다 갈 새들을 기다리며
내눈에 보이는 하늘빛도,구름빛도
새가 닦아줄 날을 기다린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