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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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6. 8. 1. 14:40
기억은 끈끈이 주걱

한 명 희(1965~ )


기억은 단단하다 손발을 옹송거린
호두껍질처럼 쉽게 무르지 않는다
끊어내려고 해도 이빨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억은 싱싱하다 물을 뿌리면 되살아 나는
배춧잎처럼 기억은 싱싱하다
뒤적여도 뒤적여도 숨이 죽지 않았다
기억은 튼튼하다 튼튼한 신발을 신고 뒤따라왔다
잠자리에서도 신발을 벗지 않았다
기억은 끈끈이 주걱 머리 속에 벌레가
바글거려도 끈끈한 주걱을 놓치지 않는 기억
그것은 끈끈이 주걱 끈끈이 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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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이문세는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고 노래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형경은
'기억이란 두뇌보다 몸이 먼저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인은 노래한다.
'기억이란 잠자리에서도 신발을 벗지않고
벌레가 바글거려도 끈끈한 주걱을 놓치 않는거'라고.

청스커트를 입고 베이지색 여름슬리퍼에 발목까지
이르는 흰 양말을 신은 내 모습이 비 내리는 화요일을
참 촌스럽게 한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두뇌보다 현명한 내 몸의 기억은
저리는 가슴을 지나쳐 발을 시리게 하고
시리고 아픈 마음을 못 이겨 발을 저리게 하는것을.
흰 양말 한켤레가 저리는 발과 시린 발을
감싸줄 수 있을지 몰라도
소리없이 스러지는 내 마음을 감싸 안진 못할것을.

하기사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알리는 신호음인지도...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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