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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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6. 8. 1. 14:40
의 자 - 중에서

이 정 록 (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중 략 -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한달전,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자그마한 엄마는
버스정류장 한 귀퉁이를 차지한채 작은 몸피를
내려놓은채 앉아계셨는데..
고단한 삶이 날마다 바쁨의 연속이라
어느한번 몸피 내려둔채 앉은 모습을 뵌 적이
없었던 것 같은 기억에 앉아계신 엄마보다
내 가슴이 먼저 주저앉아 버렸음을...
어느한번도 걷는 모습이 아닌 뛰는 모습의 엄마,
앉아있는 시간보다는 서 있는 모습이 익숙한 엄마,
15000원짜리 영양제 한병이 구부린 허리를 펴게하고
며칠동안 굶은 뱃속에 든든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줄
철썩같이 믿고 계신 엄마의 고단함,
엄마의 눈에도 세상이 의자로 보일까?
담벼락에 기댄 싸리나무도,
옹기종기 모여 핀 봉선화에게도,
빈 땅에 가득 심은 풋고추에게도.
엄마는 의자를 내놓지 않으실까?
오가는 사람마다 불러 방바닥을 선듯 내미는
엄마 때문에 속상하던 부끄러운 모습은
여전히 나의 모습인데...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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