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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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6. 8. 1. 14:41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 중에서

안도현(1961~ )


한 며칠 집을 비워두었더니
멧세들이 툇마루에 군데군데 똥을 싸 놓았다
보랏빛이엇다
겨울 밤, 처마 아래 전깃줄로 날아들어
눈을 붙이다가 떠났다는 흔적이었다
숙박계가 있었더라면 이름이라도 적어놓고 갔을 걸

나는 이름도 낯도 모르는 새들이
갈겨놓은
보랏빛 똥을 걸레로 닦아내다가
새똥에 섞인 까뭇까뭇한, 작디작은 풀씨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멧새들의 몸을 빠져나온 그것들은
어느 골짜기에서 살다가 멧새들의 몸속에
들어갔을꼬,
나는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 후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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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몰아치는 텅 빈 집,
아무도 머물지 않은 그곳에 멧새들이 쉬었다가
가는가보다.
염치도 없는 녀석들,
잘 쉬었다 가면서 똥까지 갈겨놓고 가다니...

전깃줄에 앉아서 종종거리는 새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채로 빨랫줄에 앉은
참새를 바라보던 때가 언제였었나.
새총을 만들어 참새들을 겨누던 짓궂은
남자아이들,
Y 자 모양의 딱총을 겨누며 논으로 밭으로,
학교에서 교회로, 양지에서 음지로 영천대로..
새보다 가볍게 뛰어다니던 그 녀석들은
지금은 어디쯤에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뿜고 있을까나...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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