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스크랩] 오래된 여행가방.. 중에서

여디디아 2006. 8. 1. 14:56
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1967~ )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 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만에 돌아가셨다. 아이를 낳고 먼 섬에 있는 친구나 소풍날 빈 방에
혼자 남겨진 내 짝 홍도. 애인도 아니면서 삼년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남자,
머나먼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한 삼촌....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다.

이따금 다락 구석에서 먼지만 풀썩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기차는 자그락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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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도 아니면서 삼년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면 왜 안될까?
푸르던 20대에 군대간 친구들에게 입대부터 제대까지 편지를 해주었더니
한결같이 청혼을 해오던 그 머슴애들,
지금은 아랫배가 불룩 나오고 혈압이 걱정된다면서도 술 마실 기회를 찾는 녀석들,
아직도 내가 전화하면 뛰어올 것 같은 친구들이 은근히 즐거운 건 무엇일까?
..이 추억마져 가벼워지는건.. 불어오는 나이의 무게탓이리.

그나저나 이 시를 쓴 시인이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가 왜 뱃속을 부글거리게
만드는 것일까? -----예전엔 인기있었던 진옥이의 한마디!! ---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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