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싸아한 공기는 모기가 감히 사람 곁에 파고들지 못했고 끈적거리는 땀이 우리 몸에 들러붙지 못했다. 오빠와 형부와 제부가 구워준 삼겹살을 먹고나니 나른한 잠이 맞춤한 밤을 유혹하지만, 유혹을 물리치고 가을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을 풀며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을밤을 즐겼다. 이야기의 중심에 손주들이 주인공이 되는가 했더니 아들에서 딸에게로, 딸에게서 며느리로 며느리가 다시 사위로 돌아가 어느새 중늙은이를 넘어가는 우리 남매의 생애를 야릇한 슬픔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야들야들하고 꼬들꼬들한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으며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즐길 수 있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임을 알고 있기에 굳이 남은 시간을 손으로 세어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서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