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부안여행

여디디아 2023. 9. 12. 17:55

직소폭포를 다녀오며
민낯으로
변장한 후
석란정 펜션

 

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어쩌다 한 번쯤은'이라는 이유는 너무나 합리적이고 당연하고 뻔뻔하다.

지난주 아들과 강원도를 누비고 이번주는 친정식구들과 전북을 누비기로 했다.

그것도 내 입이 발단이 되어서 말이다.

 

몇 년 전 남편과 직소폭포를 다녀오고 곰소항을 구경하고 고향식당이란 곳에서 먹었던 음식,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생물들이 암컷과 수컷이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쏟아져 나온 듯이 종류별로 상위에 펼쳐졌을 때의 놀라움을 지금도 생경하게 기억하기에 서방이 "꼭 다시 가봐야 할 곳"이라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

작은 형부의 고향이기도 하고 가을이면 형부의 논에서 결실한 쌀이 집으로 한 포대씩 배달되어 오기도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기에 형부가 부안에 가시면 때를 맞추어 동행하자고 벼르고 있었다.

"추석이 가까이 다가오고 들에는 벼가 익어가고 여름이 조금씩 물러나는" 즈음, 형부의 부안 걸음이 있다는 소식에 청안이씨들의 번개가 공지되고 우리는 예비군 보다 빠르게 뭉쳤다.  조치원에 사는 동생네 가족들이 때 아니게 코로나 재감염으로  동생의 발목을 잡아 묶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토요일, 남양주에서, 서울에서, 고양시에서 잠을 설친 청안이씨들과 김, 선, 이 씨들이 9월의 새벽공기를 가르고 이른 가을여행길에 나섰다.

부지런한 남양주팀이 일찍 서둘렀음에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길이 밀리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추석이 일깨우는 부모님과 고향,  지난여름 장마와 폭염으로 우거진 산소위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후손들의 차량들이 이른 새벽을 깨워 부모님을 향하는 마음이 찡하다.

정안휴게소에 들러 준비한 샌드위치와 우유, 동생이 준비한 계란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부안에 도착하니 11시 10분 전이다. 

언니오빠들이 1시간 늦게 도착한다는 소식에 직소폭포로 향했다.

계곡과 중간에 있는 직소폭포 일원호수에 물이 없어서 어쩐지 생기가 느껴지지 않고 여름날의 폭염이 그대로 머무는 듯하다. 

직소폭포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많은데 우렁차게 물이 흘러내리면 시원하고 아름다울텐데 어쩐지 우리 집 두 아들의 오줌줄기 보다 약한 폭포물이 마지못해 흘러내려 안타깝기만 하다.

마치 전립선을 앓고 있는 70대 남자의 오줌줄기 같은 폭포물줄기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언니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서둘러 내려오는 길에 모른 척 눈을 내리깔고 시침을 떼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오빠와 새언니를 흘끔거리다 성질 급한 내가 먼저 아는 체를 하고 말았다.

여전히 타지에서 만나는 핏줄들은 더욱 반갑다.

참, 제부인 선서방이 큰언니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데 언니는 어떤 멋지고 젊은 남자가 인사를 하기에 "세상 공손하게 인사를 했노라"고... 하고 나서 한참을 바라보니 선서방이었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곰소항 남도횟집에서 여전히 노아의 방주에서 쏟아져나온 바다의 것들을 먹으면서, 우리는 일본이니 오염수니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그저 맛있게, 입맛을 다시며 배가 부른 줄도, 배가 나온 줄도 모르고 먹고 또 먹었다. 

 

석란정펜션에 도착해 지친 몸과 절여진 땀을 씻고나니 이쁜 펜션과, 9월의 햇살과, 극성스러운 여인들의 이유 없는 조급함이 카메라를 들이밀게 한다. 화장을 하기엔 귀찮고 사진을 포기하기엔 억울하여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도대체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확실한건 청안이 씨들이 똑똑하다는 사실이다.  ㅋㅋㅋ

사진을 찍고 우리는 울었다.

모두가 울었다.

웃다가 지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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