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경주여행

여디디아 2023. 10. 4. 12:06

보문호를 배경으로 단체사진
보문호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바를 찾은 지유
설겆이하는 큰아빠를 그린 지유
첨성대는뒷전이고 나비와 잠자리를 잡느라 정신없는 아이들

 

감포바다 문무대왕릉

지난가을, 남매가 경주여행 중에 고종사촌동생 윤수를 만나 다온뜰펜션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성급한 마음으로 "내년추석엔 우리 식구가 다온뜰에서 지내겠다"라고 예약을 했다.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은 계절에 따라 마춤하게 지나가고 폭염으로 지치던 여름이 물러가던 자리에 추석이 찾아들던 날,

윤수로부터 전화가 오고 덩달아 급한 마음으로 경주의 숙소를 찾느라 허둥거리다 사조리조트로 선이가 예약을 했다. 

시댁이 서울이라 명절에 움직이질 않았던터라 명절의 교통체증을 몰라도 너~~ 무 몰랐다.

경주로 가는 길에 올여름 고향에 우뚝 세워진 보현산댐을 들러 허물어져가는 고향의 빈집도 바라보고 부모님 산소도 들러보기로 했다.

아들들은 각자 편안한 시간에 출발을 하여 경주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새벽에 출발을 했다.

네비양이 새롭게 뚫린 길을 안내하지 않고 중앙고속도로로 안내하길래 다시 새로운 길이 있나 싶었는데...

명절날도 밀리지 않은 중앙고속도로를 믿고 올라탄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졸음쉼터에 들러 간신히 급한 볼일을 보고 휴게실에 들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했더니 휴게실 입구에서부터 차량들이 길게 줄을 잇는 바람에 휴게실은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8시간을 그대로 달려야 했다.

8시간을 달려 보현산댐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들어설 엄두가 나질 않고 식당도 보이질 않아 역시 빙빙 돌다가 영천의 자랑인 샤인머스캣 빵이나 주스도 마시지 못하고 태어나고 자란 보현 1동 982번지 고향의 집에 도착했다.

방마다 보이지 않는 자물쇠로 잠궈진 집, 허물어져가는 담, 이끼가 낀 마당과 잡초, 엄마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는 으스스한 집이 서글퍼 눈물이 쏟아진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집을 바라보며 유년시절의 모습과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앞산과 뒷산, 동네의 골목들과 학교를 보니 모두가 눈물이고 추억이다.

나를 여기까지 키워주고 데려다준 곳이다.

30여분을 달려 부모님의 산소, 청안이 씨들이 모셔진 淸峰圓으로 향했다.

윗대 어른들을 이어 이제 오빠들의 산소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세월이 두서없이 흘러간다.

엄마아버지가 보고싶고 그리워 눈물이 깨끗하게 정리된 산소 위로 떨어진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환타,

엄마가 밥 대신 마시던 막걸리를 부어드리며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나를 본다. 그런 나의 모습 위로 속에서 한없는 눈물이 흘러넘친다. 

 

6시간을 달려온 인아네,

어제 중국에서 날아와 오늘 KTX를 타고온 지유네,

미리 준비한 영덕대게를 먹으며 오랜만에 밤이 늦도록 추석전야를 즐겼다.

 

새벽에 남편과 감포앞바다에 나가 문무대왕릉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늦은 아침을 먹고 대릉원에 나가 첨성대를 구경하는데 지유와 인아가 나비와 잠자리를 잡는다며 더운 날씨에 정신이 없다.

지유가 감기기운이 있어 일찍 돌아가고 인아네와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 주현이 부부가 불국사로 관광을 가고, 저녁식사 후에는 세현이 부부가 산책을 나갔다.

각자의 시간을 활용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좋다.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집에서나 똑같은 모습이지만 어쩐지 자유롭고 편안하다.

집을 떠난 자유와 여행이라는 설렘, 

세현이가,  선이가, 주현이가 차례로 설겆이를 하는 모습, 끼니때가 되면 성희가 나를 도와서 챙기는 모습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지유를 알뜰하게 챙기며 돌보는 인아도 고맙고 그런 인아를 기억하며 슬며시 용돈을 챙겨주는 세현이의 다정한 손이 고맙고  다시 지유의 주머니에 슬그머니 용돈을 넣어주는 큰아빠의 은밀한 손길도 든든하다.

 

2박 3일의 경주여행,

돌아오는 길도 그리 형통하진 않았지만 놀고 오는 길이 이만하면 참을만하지 않겠는가.

즐거운 추석,

자녀들과 함께였기에 행복한 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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