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부안여행2

여디디아 2023. 9. 13. 12:17

석란정 펜션

 

내소사
바다호텔 카페
채석강

 

작은형부 논

 

지난밤, 싸아한 공기는 모기가 감히 사람 곁에 파고들지 못했고 끈적거리는 땀이 우리 몸에 들러붙지 못했다.

오빠와 형부와 제부가 구워준 삼겹살을 먹고나니 나른한 잠이 맞춤한 밤을 유혹하지만, 유혹을 물리치고 가을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을 풀며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을밤을 즐겼다.

이야기의 중심에 손주들이 주인공이 되는가 했더니 아들에서 딸에게로, 딸에게서  며느리로 며느리가 다시 사위로 돌아가 어느새 중늙은이를 넘어가는 우리 남매의 생애를 야릇한 슬픔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야들야들하고 꼬들꼬들한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으며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즐길 수 있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임을 알고 있기에 굳이 남은 시간을 손으로 세어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북받쳐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달력을 펼치고, 2024년 5월 2박 3일의 연휴를 화순에서 만나자며 성급한 약속을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화순에서 화사한 봄날에 봄꽃 같은 모습으로 만날 것을....

 

아침식사는 부안농협에서 구매한 고구마와 어제저녁 남은 고기와 김치볶음으로 막내와 작은언니가 준비했다.

어쩌다보니 이번여행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님처럼 군림하고 말았음이 미안하다.

농협에서 구입한 고구마가 어찌나 맛있는지 어제 부안농협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고 기어이 주문을 했다. 

 

내소사는 우리가 묵은 석란정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노란꽃무릇축제 소식에 기대를 했는데 어느새 꽃무릇이 지고 있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섭섭했지만 노란 꽃무릇이 있다는 사실로 만족했다.

큰언니가 내소사에서 예불을 하는 동안 경내를 한바퀴 돌고 선듯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시 쉬었다.

 

채석강으로 가는 길에 작은형부가 경작하는 논 구경을 하기로 했다.

형부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집과 산소, 그리고 형부가 농사를 지으시는 논을 구경하는데 내 마음까지 부요해진다.  

잘 정돈된 논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과 약간 늦은 벼이삭, 모진 태풍에도 끄덕없이 견딘 벼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형부의 논에도 서슬 푸른 초록의 벼 이삭 위에 노릇한 가을빛이 얹히기 시작했다.

강하고 자극적인 강렬한 햇볕이 노릇한 벼이삭을 황금빛으로 바꾸어 줄 것이고 어느날 택배가 우리 집 현관 앞에 쌀 포대를 부려두게 될 것을 기다린다.

 

형부의 논을 둘러보고 채석강에 도착해 언니오빠들이 채석강에서 몸을 비틀고 다리를 뻗으며, 어깨를 겯고 끌어안고 밀치 고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미끄러운 바위와 자잘하게 부서진 모래알이 신경 쓰인 서방과 나는 카페를 물색했다.

바다호텔카페는 채석강과 변산반도를 눈앞에서 바라보며 한잔을 들이킬 수 있어서 좋다.

사진촬영을 마친 남매들과 몇 만원의 커피값을 누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식혔다.  

 

부안에서 유명한 것은 백합(조개)이다. 백합식당에 도착하니 만원이라 성질 급한 청안이 씨들에게는 맞지 않는 곳이다.

역시 전라도음식은 맛깔스럽고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생선구이와 회덮밥, 해물탕을 만족하게 먹고 나오며 우린 또 울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울고 다시 우리가 울었다.

그리고 내가 한마디 했다.

"어디서 끼 부리고 난리야?" 라고...

 

식당 문을 나서며 오빠 왈

"치워드리고 가야 하는데 그냥 가서 어쩌지요?"  

(어딜 가나 인기 만점인 오빠의 유머는 아무도 당할 수 없다).

 

새만금을 구경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곳곳에 심한 정체가 이어지지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과 그곳에서 마음껏 쉴 수 있으리란 기대는 여행의 즐거움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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