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여 울 김 종 길(1926~ ) 여울을 건넌다 풀잎에 아침에 켜드는 개학(開學)날 오르막길 여울물 한 번 몸에 닿아보지도 못한 여름을 보내고 모래밭처럼 찌던 시가(市街)를 벗어나 길경(桔梗)꽃 빛 구월(九月)의 기류(氣流)를 건너면 은피라미떼 은피라미떼처럼 반짝이는 아침 풀벌레 소리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추석 무렵 김 남 주(1946~ )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게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저만..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강 - 중에서 구 상(1919~2004) 바람도 없는 강이 몹시도 설렌다 고요한 시간에 마음의 밑둥부터가 흔들려 온다 무상(無常)도 우리를 울리지만 안온(安穩)도 이렇듯 역겨운 것인가? 우리가 사는게 이미 파문(波紋)이듯이 강은 크고 작은 물살을 짓는다. -------------------------------------- 새하얀 머리카락에 크렁..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남해 금산 이 성 복(1952~ )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토 막 말 정 양(1942~ )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너를 위하여 - 부분 김 남 조(1927~ )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 중 략 - 너를 위하여 나 살 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푸른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배 한 봉(1962~ ) 바람 불고 잎들이 뒤척거린다 그 아래 잎들의 신음이 쌓여 그림자가 얼룩지고 있다 산책 나온 아침, 눈이 동그래진다 나뭇잎에 허공 길이 뚫리고 거기 헛발 디딘 햇빛 금싸라기를 쏟아 세상이 다 환해진다 아 나뭇잎 허공 벌레먹은 이 자리가 우화를 기다..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포도를 먹는 아이 - 알4 '-부분 정 진 규(1939~ ) 목욕을 시켰는지 목에 뽀얗게 분을 바른 아이가 하나, 사람의 알인 아이가 하나 해질 무렵 골목길 문간에 나앉아 터질 듯한 포도알들을 한 알씩 입에 따 넣고 있었다 한 알씩 포도라는 이름이 그의 입 안에서 맛있게 지워져 가고 있었다 이름이 지워져 간다..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구 혼 함 민 복(1962~ ) 불알이 멈춰 있어도 시간이 가는 괘종시계처럼 하체에 봄이 오지 않고 지난한 세월을 출근한 얼굴 장미꽃이 그 사내를 비웃었다 너는 만개하지 못할 거야 그 후, 시든 장미꽃이 다시 그 사내를 비웃었다 그래도 나는 만개했었어. ---------------------------------------------- 푸르던 오월너..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대해 속의 고깔모자 - 중에서 이 향 지(1942~ ) - 1, 2연 생략 - 모자 위의 햇살은 번철 같다 너무 타서 집적거리지도 않는 에그 프라이 모자 속의 시계는 느리다 돌담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처럼 느릿느릿 간섭하며 간다 머리카락 끝에서 발톱 끝까지, 흡,착,흡,착, 훑으며 간다 어느 쪽으로 가나 수평선..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