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고 인 돌 염 창 권 (1960~ )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 죽음.. 몇..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뻐꾹리 아이들 - 중에서 손 동 연(1955~ ) 얼레빗 참빗 줄께 잘 빗고 내리거라 얼레빗 참빗으로 곱게 빗고 오시는 비 어레미 참체 줄께 잘 걸러 내리거라 어레미 참체로 곱게 걸러 오시는 눈. 흙담엔 시래기가 걸려 있구나 사랑방엔 메주가 달려 있구나 시래기만 바라봐도 고파오는 배 메주만 바라봐도 절..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트렁크 나라에서 - 중에서 김 경(1961~ ) 도대체 재봉되지 않은 하느님은 어디에 사는 걸까 트렁크 가득 옷을 실은 봉고차가 '우선 멈춤' 앞에 우선 멈춤, 하고 섰다 옷이 너무 많아 옷이 물이 된 트렁크 나라에서 옷의 노래는 더욱 붉어가고 옷이 너무 많은 트렁크 나라 사람들 새옷의 족보를 위해 더 많은..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신록에 관하여 김 춘 추(1944~ ) 심야(深夜), 심산(深山)은 전쟁 중이다 딱따구리가 총부리를 꼬나들고 나무의 등뼈를 향해 따따따따아따따 따따따따아따따, 양철지붕에 우박 퍼붓듯 총알을 퍼붓고 있다 -그리하여, 시퍼렇게 실신한 산의 사타리로 젖무덤으로 진군하는 등 푸른 저 도마뱀 군단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뜰 앞의 배롱나무 법 인(1963~ ) 비 내린 산사의 아침 안개숲이 정적에 젖어 있고 뜰 앞의 배롱나무 한 그루 꽃피어 이리도 환하다 새들은 제 몸에서 나오는 소리로 무심히 꽃가지를 흔든다 다만 소리없이 머무는 것들 흘러가는 것들 그 내밀하게 몸짓하는 것들과 더불어 나도 그저 그렇게 머물고 흘러가..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공기의 꿈 . 1 손 종 호(1949~ ) 비어 있음으로 오히려 가득 채우는 보이지 않음으로 오히려 내 심장을 숨쉬게 하는 하늘 높이 푸른 살을 적시고 가장 낮은 땅 풀잎 외로움 하나에도 고요히 뺨을 부비는 시간도 공간도 다 비껴서서 거저 세상에 열어놓은 투명한 사랑 그리고 門 ------------------------------- 비어..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염소의 저녁 안 도 현(1961~ ) 할머니가 말뚝에 매어 놓은 염소를 모시러 간다 햇빛이 염소 꼬랑지에 매달려 짧아지는 저녁 제 뿔로 하루 종일 들이받아서 하늘이 붉게 멍든 거라고 염소는 앞다리에 한 번 더 힘을 준다 그러자 등 굽은 할머니 아랫배 쪽에 어둠의 주름이 깊어진다. 할머니가 잡고 있는 따..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이 은 봉(1953~ ) 맵디매운 두부두루치기 백반을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 중 략 - 한때는 자랑스럽게 고문진보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여자,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장독대 같은 여자 두부두루치기 같은 여자 맵고 짠 여자 가 있었다 어쩌다 내 품에 안기면 푸드득 잠들던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감 나 무 이 재 무(1958~ )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신발의 꿈 - 중에서 강 연 호(1962~ )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얌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