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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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8
뻐꾹리 아이들 - 중에서


손 동 연(1955~ )


얼레빗 참빗 줄께 잘 빗고 내리거라

얼레빗 참빗으로 곱게 빗고 오시는 비

어레미 참체 줄께 잘 걸러 내리거라

어레미 참체로 곱게 걸러 오시는 눈.


흙담엔 시래기가 걸려 있구나

사랑방엔 메주가 달려 있구나

시래기만 바라봐도 고파오는 배

메주만 바라봐도 절로 도는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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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땋은 머리를 흔들며 한낮의 뙤약볕에서
죽으라고 달리던 촌아이,
엄마가 만들어준 포플린 원피스엔
붉은 꽃송이들이 듬성거리고
초록의 이파리가 듬성거렸던 기억,
아이보리색으로 만들어진 원피스위에
피인 꽃들은 장미였을까..
죽자고 달린 골인지점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쟈 있제, 머리 이리저리 흔들거리라고
일부러 흔들면서 달렸다, 치~~ 시~~'.
절대로 아니었는데,
골인지점에 먼저 들어오는것이 전부였는데
아이들은 길게 땋아내린 머리를 흔드느라
멋을 부렸다고 수군거리던 기억..
어느날 봇짐장수 아줌마의 손에 의해
가위로 싹둑 잘리던 긴긴 머리카락,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을 툭 툭 떨어트린것도 같은데..
차례를 바꿔 동생의 머리칼을 자를때,
엉엉 울던 동생의 아이디는 올리브인데..
눈물도 울음도 끝이 있는 법,
식사때마다 양은양푼이를 보며 우리들의 긴
머리카락을 생각하며 히히덕거렸는데..
아침마다 어린 딸들을 줄세워 참빗으로
쫑쫑 땋아내리던 엄마는 아직도 어린 딸들의
기억으로 행복하실까?
이 글을 읽고있는 친구들은 지금쯤
시치미를 잡아뗄거야.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친구들아, 너네의 수군거림이 내겐
자욱으로 남아있단다.
참빗과 얼레빗에 대한 기억처럼 옅음으로...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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