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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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8
트렁크 나라에서 - 중에서

김 경(1961~ )


도대체 재봉되지 않은 하느님은
어디에 사는 걸까
트렁크 가득 옷을 실은 봉고차가
'우선 멈춤' 앞에
우선 멈춤, 하고 섰다
옷이 너무 많아
옷이 물이 된 트렁크 나라에서
옷의 노래는 더욱 붉어가고
옷이 너무 많은 트렁크 나라 사람들
새옷의 족보를 위해
더 많은 트렁크를 만들 궁리를 한다
트렁크처럼 몸을 움츠렷던 봉고차가,
순간 재봉된 트렁크 길을 따라
재봉할 트렁크 얼굴을 찾아 떠난다.

- 중 략 -

겨울 오후, 드디어 게르마늄 물기를 머금은
하얀 눈들이 쏟아진다
재봉하고 남은 저 흰 너겁들
도대체 아직 재봉되지 않은 하느님은
어디에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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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가을비 가랑이로
촘촘히 가을이 들어서서 스미는 날들,
짧은 소매를 입으면 아침에 춥고
긴 소매를 입으면 한낮에 덥다.
적당한 빛깔로,
적당한 길이로,
아침에는 따뜻하고
햇빛 쏟아지는 한낮엔 신선한
그런 다용도의 역할을 감당하는 옷, 어디 없을까?
새옷의 족보를 위해 비싼 핸드백을 걸친 사모님들은
오늘도 끼리끼리 모여 쇼핑하느라 점심을
쇠갈비로 대충 때울텐데..
철이 바뀔때마다 옷장을 열고 하는 말,
'도대체 지난가을에 내가 무얼 입고 살았지?'
선택의 폭은 옷장보다 좁은것을..
가을이다.
트렁크 속에서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내 옷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려나?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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