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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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7
신록에 관하여


김 춘 추(1944~ )


심야(深夜), 심산(深山)은 전쟁 중이다

딱따구리가

총부리를 꼬나들고

나무의 등뼈를 향해 따따따따아따따

따따따따아따따, 양철지붕에 우박 퍼붓듯

총알을 퍼붓고 있다



-그리하여, 시퍼렇게

실신한 산의 사타리로 젖무덤으로

진군하는 등 푸른 저 도마뱀 군단들!

-----------------------------------
창문을 열면 볼품없는 밤나무 한그루가
월산리의 사계절을 지키고 있다.
겨울이면 죽은듯이 침묵하는 구부정한 밤나무,
봄이되면 신기하게 초록의 새싹을 틔우던 밤나무,
여름이면 지렁이의 모습으로 밤꽃을 떨어트리고
악세사리 같은 밤송이를 맺히게도 한다.
겨울, 봄, 여름..
계절이 바뀔때마다 누구의 눈길도 받아보지 못하던
허름한 밤나무는 국화꽃이 피어나는 가을이 되어야
뭇사내들의 눈길을 받고, 뭇여인들의 목젖에 침을
고이게 만든다.
이제야 따끔거리는 가시는 제 몸 하나 성하게 가누지 못하고
몸속에 품은 하얀 밤톨하나 지키지 못한채
날아드는 돌맹이에, 날아오는 나뭇가지에 비틀거린다.
어제는 대나무 작대기에 낫을 매단 아저씨가
비틀거리는 밤나무를 이리저리 들쑤시고 있었다.
여전히 참지못한 한 성질의 나,
'아저씨, 밤이 그렇게 먹고싶어요?
아직 여물지도 않은 밤송이건만 벌써 그렇게 못살게 하면
어떡해요?'
땡삐처럼, 벌초하던 산에서 당신이 만났던 땡삐처럼
아니 그보다 더 독한 독을 뿜은채 쏘아주었다.
사계절 하루도 어김없이 나를 지키는
외로운 밤나무는 지금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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