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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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7
뜰 앞의 배롱나무


법 인(1963~ )


비 내린 산사의 아침

안개숲이 정적에 젖어 있고

뜰 앞의 배롱나무 한 그루 꽃피어

이리도 환하다

새들은 제 몸에서 나오는 소리로

무심히 꽃가지를 흔든다

다만 소리없이 머무는 것들

흘러가는 것들

그 내밀하게 몸짓하는 것들과 더불어

나도 그저 그렇게 머물고 흘러가고

흔들릴 뿐이다.

그리고서 오랜 세월 비바람 내리고

내 눈가의 잔주름 은밀한 웃음의 비밀이 되거든

누이야,

모란은 천지간에 눈부시게 터지고

물소리는 끝도 없이 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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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속일까?
적막한 산 속에 호젓이 지어진 사찰,
아침이면 안개보다 일찍 일어나
새벽예불로 자신을 씻어내고
햇살보다 먼저 마음을 비추는 스님이 머무는 곳,
스님의 훤한 이마위로
배롱나무가 볼그스레 피어나고
스님의 애잔한 미소가 하얀 배롱나무 가지에 머무는 곳,
지나는 참새가 세월을 가르치고
이름모를 들꽃이 그리움을 삭히는 곳,
천지간에 모란이 터지기도 전에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누이의 얼굴,
세상을 잊으며 물소리를 듣고
세상을 벗하며 물소리를 잊는 그곳,
어디쯤일까.
어느 산속 어느 사찰에서
젊은 스님은 혈기를 죽이며
道를 닦으며 禪을 배울까?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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