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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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7
염소의 저녁


안 도 현(1961~ )


할머니가 말뚝에 매어 놓은 염소를 모시러 간다

햇빛이 염소 꼬랑지에 매달려

짧아지는 저녁

제 뿔로 하루 종일 들이받아서

하늘이 붉게 멍든 거라고

염소는 앞다리에 한 번 더 힘을 준다

그러자 등 굽은 할머니 아랫배 쪽에

어둠의 주름이 깊어진다.

할머니가 잡고 있는 따뜻한 줄이 식기 전에

뿔 없는 할머니를 모시고 어서 집으로 가야겠다고

염소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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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 후...
염소가 뱉어낸 까맣고 반질거리는 똥에서
모락모락한 김이 나오는듯이 피식거리는 웃음이
입가를 비집으며 흘러나온다.
긴 가을볕이 염소의 꼬랑지에 머물 때쯤에
훠이훠이 굽은 모습으로 매논 염소를 모시러 가시던
현찬이 할머니의 슬픈 눈망울이 생각난다.
종일 먼 산을 바라보며
매논 말뚝을 빙빙 돌며 놀던 염소가
슬픈 눈망울의 할머니가 모시러 올때쯤
이미 할머니의 발자욱 소리를 기억하고
할머니의 고단함을 기억하여
할머니 손에 쥐어진 줄이 식기 전에
할머니 보다 먼저 염소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야겠다고
기특한 생각을 했었나 보다.
피식거리며 웃는 나는 어쩌면
염소보다 못난 여편네일지도 모르겠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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