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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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7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이 은 봉(1953~ )


맵디매운 두부두루치기 백반을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 중 략 -

한때는 자랑스럽게 고문진보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여자,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장독대 같은 여자

두부두루치기 같은 여자

맵고 짠 여자


가 있었다 어쩌다 내 품에 안기면 푸드득 잠들던 여자가 있었다.


신살구를 잘도 먹어치우던,

지금은 된장찌개를 곧잘 끓이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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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그런 때가 있었을거야 아마.
봄이면 피어나는 진달래처럼 발그레하고
여름이면 내리는 비를 홈빡 맞으며
울밑에서 떨고있는 봉선화처럼 맑고 청청한,
가을이면 살랑이며 피는 코스모스가 아닌
옹기종기 피어나는 과꽃같이 선명한..
그런 어여쁜 때가 있었을거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마음이 아프고
쌀이 떨어지는것 보다 읽던 책이 바닥나면
불안해 하던 때,
1000원짜리 라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먹고
2000원짜리 커피를 디저트로 마시던 때,
북창동의 네온사인들을 깡그리 무시하며
명동의 디스코텍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사치와 허영의 모습이 나를 매력없는 여자로 만든
아득한 그때들이 있었는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된장찌개도 그런대로,
열무김치도 그런대로 담을수 있지만.
남은거라곤 폭력적인 입과
거친 몸놀림과 수줍음마져 잊고사는
마흔을 넘어가는 아줌마일뿐이니...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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