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의 꿈 - 중에서
강 연 호(1962~ )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얌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부르트도록 끌고 온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걷거나 발을 구르면서
혹은 빈 깡통이나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차면서
끈을 당겨 조인 결의가 있었을 것이다.
- 후 략 -
-------------------------------------------
시를 읽으며 문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색이라기엔 까맣고,
까만색이라기엔 좀 더 엷은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시월의 가을볕을 참아내고 있다.
추석이라고,
조카의 옷을 사고, 가방을 사고,
다 큰 아들의 재킷을 같이 고르고,
대학생 아들에게 추석빔의 용돈을 건네고
반짝 코너에서 남편의 골덴재킷까지 거머쥐던 날,
손에 쥐여진 티켓으로 구두 한 켤레를 샀다.
작고 예쁜 구두,
까만색, 분홍색, 검은색, 갈색...
굽이 높은 구두, 단화로 된 굽 낮은 구두...........
적당한 높이의 검은 색 구두에
흰 띠를 두른 벨트가 매인 구두를 골랐다.
고르는 재미가 있을법도 한데
내게 맞추어진 눈높이는 언제나 그 자리다.
어제 신었던 신발같은 편안함이 느껴지고
적당한 굽으로 작은 키를 조금 크게 하는..
새 구두를 신을때의 비장함이란 또한
얼마나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비장감마져
느끼게 하는지.
새로 신은 구두에 뽀얀 먼지가 얹힐때쯤,
신발이 부르트기도 전에
이미 부르튼 내 마음은 그깟 긴장이나 결심따윈
쓰잘데 없는 소모품 같은 비장함이란걸 깨닫고,
신발을 고르던 당당하던 나는 어느새
신발 밑 어딘가에 숨고 싶어지는 것을...
(진옥이의 한마디!!)
강 연 호(1962~ )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얌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부르트도록 끌고 온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걷거나 발을 구르면서
혹은 빈 깡통이나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차면서
끈을 당겨 조인 결의가 있었을 것이다.
- 후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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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며 문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색이라기엔 까맣고,
까만색이라기엔 좀 더 엷은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시월의 가을볕을 참아내고 있다.
추석이라고,
조카의 옷을 사고, 가방을 사고,
다 큰 아들의 재킷을 같이 고르고,
대학생 아들에게 추석빔의 용돈을 건네고
반짝 코너에서 남편의 골덴재킷까지 거머쥐던 날,
손에 쥐여진 티켓으로 구두 한 켤레를 샀다.
작고 예쁜 구두,
까만색, 분홍색, 검은색, 갈색...
굽이 높은 구두, 단화로 된 굽 낮은 구두...........
적당한 높이의 검은 색 구두에
흰 띠를 두른 벨트가 매인 구두를 골랐다.
고르는 재미가 있을법도 한데
내게 맞추어진 눈높이는 언제나 그 자리다.
어제 신었던 신발같은 편안함이 느껴지고
적당한 굽으로 작은 키를 조금 크게 하는..
새 구두를 신을때의 비장함이란 또한
얼마나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비장감마져
느끼게 하는지.
새로 신은 구두에 뽀얀 먼지가 얹힐때쯤,
신발이 부르트기도 전에
이미 부르튼 내 마음은 그깟 긴장이나 결심따윈
쓰잘데 없는 소모품 같은 비장함이란걸 깨닫고,
신발을 고르던 당당하던 나는 어느새
신발 밑 어딘가에 숨고 싶어지는 것을...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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